"대화한다. 토론한다. 설득한다."

7시간 시차를 거슬러 날아간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에너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들은 답입니다. 열흘 동안 만난 시민단체, 재단, 협회, 에너지기업, 은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자들 대답은 모두 똑같았습니다.

밀양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피해, 생존권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건설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탈석탄·탈핵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밀집형 발전시설을 짓고, 그에 따른 장거리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지역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국가권력과 자본이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진정한 전환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풍력·태양광·조력이든 어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설해도 갈등이 뒤따를 것입니다. 돈이 된다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이 물욕과 자본의 속성이고, 방해되는 것을 뭉개려 할 테니까요.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부산대 인근에서 인문학 카페 헤세이티를 운영하는 시인 황경민 씨가 쓴 '이기 국가가?'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그는 밀양송전탑 반대 할매, 탈핵운동, 성주 사드배치 반대 주민들을 지지합니다.

'땅 나고 사람 나고, 사람 나고 나라 났지, 나라 나고 사람 났드냐! /평생 땅만 파 묵고 사는 사람한테 땅 빼앗는 기, 이기 국가가? … 전후좌우, 자초지종, 시시비비를 밝히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막무가내 날강도처럼 들이닥치는, 이기 국가가?'

대화, 토론, 설득. 하나마나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한 전제조건은 대화입니다.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밀양송전탑,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킨 삼천포·고성화력,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 고리·울주에 이어 독일과 베를린에서 에너지 전환에 힘을 쏟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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