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경남서도 시민 논의 장 마련
"국민주권과 중앙정부 입법·재정 권한 공유돼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형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경남에서도 시민을 주축으로 한 개헌 논의가 싹트고 있다.

'지방분권개헌 국민공감 경남한마당'이 20일 오후 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지방분권개헌 국민회의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분권형 개헌에 지역 시각을 담아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방분권경남연대·경남도주민자치회·경남도의회·경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등 4개 단체가 공동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도내 각 지역 주민자치위원 400여 명이 참석했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열린 행사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안권욱(고신대 교수) 지방분권연대 공동대표는 "내년이 지방분권형 개헌 적기"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굴곡진 역사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중앙 정치권과 정부에 예·종속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 발전 걸림돌로 헌법을 꼽으며 "현행 헌법은 이 시대에 맞지 않는 '헌(낡은)' 법이 되어버렸다"며 "새로운 헌법 질서를 요구하고 있고, 그 길이 지방분권개헌"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분권개헌 국민회의가 주최한 지방분권개헌 국민공감 경남한마당이 20일 오후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행사 참석자들이 지방분권 개헌관련 토론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87년 6월 항쟁 성과로 그해 10월 29일 '9차 개헌'이 이뤄졌고 헌법상 지방자치가 부활했다. 91년 기초·광역의원 선거를 치렀지만, 단체장은 중앙정부가 임명했다. 95년 기초·광역의원과 단체장을 모두 주민 손으로 뽑는 이른바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지금의 지방자치 모습으로 복원됐다. 그러나 이러한 '87년 체제' 헌법은 다양화된 사회 변화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는 "현재 지방자치는 의결·집행기관을 뽑아서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자치 주요 권한이라 볼 수 있는 입법·재정·조직·인사는 중앙정치권 손아귀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정부 살림살이 근간은 조세 수입인데, 중앙정부가 모든 세원을 장악한 상태에서 국고보조금·지방교부세 같은 것으로 지방재정을 착취해 지방정부 자율성은 점차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왜 지방분권 개헌인가?'라는 질문에서 "중앙집권적 현행 헌법은 폐단이 많기 때문"이라며 "부패·무능한 정치·행정의 온상이 되고 그 폐해는 주민이 본다. 중앙집권 체제의 지속으로 비수도권 공동체적 삶의 터전이 소멸과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분권 헌법 체제를 갖춘 스위스 사례 등을 들며 "많은 시민이 우리나라가 지방분권을 하기에 작은 나라이고, 오랜 중앙집권적 문화의 나라에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는데, 통계·역사로 봐도 그렇지 않다"며 "분권에 대한 국민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 개헌 기본방향은 권력 독점에서 권력 공유"라며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주권과 입법·재정권한 공유를 통해 국민과 권한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지방분권경남연대 상임공동대표인 정원식 경남대 교수 사회로 패널 토크가 있었다. 같은 상임공동대표인 강재규 인제대 교수는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인데 흔히 '2할 자치'라고 한다. 조세법률주의에 묶여 지방정부는 재정자율권이 전무한 아주 기형적인 형태다. 헌법이나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과세 자주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기우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지방분권개헌 자문위원도 "현행 헌법이 지방의 손발을 묶어 지방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헌법은 지방에 대해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하는데, 국회와 중앙부처가 경남발전방안을 알 수 있겠는가. 그 계획을 짜고 실행할 주체는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사장은 "우리 삶과 연계된 지역 현안을 서울이라는 창, 중앙정치와 기득권을 대변하는 신문·방송을 통해 접하는 현실이다. 지역 정치인들부터 서울 중심, 중앙집권적 시각을 버리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창용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실행위원장과 조우성 경남도의원·전기풍 거제시의원·임병무 경남도주민자치회 상임이사가 참여해 지방분권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