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푼이는 품바로 통영사람이다. 양푼이는 예명으로 그의 본명은 '김수경'으로 기억된다. 그는 1990년 초에 통영중앙시장에서 조그만 리어카에 엿판을 만들어 골목길을 누비며 엿을 팔기 시작하여 방랑품바 인생길로 들어섰다.

품바란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각설이를 부르는 말로,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워 울고 웃는 우리들의 삶과 애환을 풍자한 것으로 깊은 감동을 준다. 품바 인생길에 들어선 양푼이는 중앙시장에서 한동안 활동하다가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도남동 유람선터미널 주차장과 도남관광지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유람선터미널 주차장은 전국 관광객들로 북적이자 양푼이는 허름한 옷을 걸치고 구수한 입담으로 관광객을 사로잡았다.

이러는 동안 통영시에서 1999년 도남관광지에 관광 상품용으로 음악분수를 만들었다. 나는 그때 공직시절 관광시설팀장을 맡아 음악분수를 완공하고 시설관리에 들어갔다. 음악분수는 음악의 선율에 따라 빠르게 느리게 물을 뿜었고, 여름철 밤에는 워터스크린(water screen)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테마로 구성된 레이저 쇼가 20분간 방영되어 낮에는 분수, 밤에는 레이저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이때 분수광장에서 품바공연을 한 양푼이를 처음 알게 됐다. 양푼이는 통영에서 열린 부산방송국 유랑극단 노래자랑에서 남진의 '둥지'를 불러 입상하는 등 가창력도 뛰어났다.

차츰 품바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통영에서 열린 각종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전국으로 무대를 넓혀 본격적으로 품바인생길에 나섰다. 전국에는 지역 특성을 살린 축제가 많이 있다. 지역축제에는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즐길 거리 하면 바로 품바 공연을 빼놓을 수가 없다. 양푼이는 내장산 단풍축제를 비롯하여 보령머드축제, 평창 메밀꽃 필 무렵 축제 등 주요 축제에는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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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품바 인생이 28년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가수는 노래 3곡만 하면 거덜나지만 그는 혼자서 제법 긴 시간을 해학과 풍자, 재담, 구수한 노래로 관중을 사로잡으며 웃음을 선사한다.

허름한 누더기 옷에 연지곤지 바르고 황야로 떠나는 그의 인생길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품바 세계에 푹 빠진 양푼이의 앞날에 더 큰 영광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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