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안마을 "분쟁 없앨 방법" 찬성 vs 양리마을 "기금 감소 우려" 반대
시 "화합 먼저" 원론적 입장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괴곡동 골안마을(윗마을) 대부분 주민이 양리마을(아랫마을)과 분통(통 단위 행정구역을 쪼개어 나눔)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랫마을 주민 대부분은 분통을 원하지 않고 있다. 밀양시도 인접한 두 마을이 절차를 거쳐 합의해야만 분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괴곡동에는 총 131가구가 살고 있으며 골안마을에 72가구, 양리마을에 59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골안마을 주민들 분통 사유 = 골안마을 주민들은 올해 1월부터 괴곡동 분통을 요구해왔다. 2월에 산외면장에게 분통 접수를 했는데, 면장이 3월 초 분통건의서와 주민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52가구 동의서를 냈으나 6월 초 분통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박일호 밀양시장과 면담에서 "갈등 있는 마을은 다 분통하고 싶어한다. 마을끼리 잘 이해해서 지냈으면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골안마을 주민 52명은 '괴곡동 분통 건의 요약'문을 작성해 지난 6월 13일 국민신문고에 건의했으나 산업부가 다시 밀양시로 이첩했다. 경남도에도 요청했으나 역시 밀양시로 이첩됐다. 마을 주민들은 앞으로 행정안전부, 감사원, 국민권익위에도 건의할 계획이며,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총리 면담까지 요청할 방침이다.

대표 안영수 씨는 분통을 원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제시대 동 구역 획정 시 행정기관의 독선적·편의적 획정으로 주민 불편 △동서 간 거리 2.6㎞, 이동거리 4.9㎞로 마을 가구수가 늘면서 효율적인 행정 수행이 불가능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마을 자생 기구(마을회관, 노인회, 상포계, 상수도, 새마을사업, 방송시설, 대보름행사, 마을기금 등)를 별도 운영하고, 행정지원 행사만 공동 시행 △주민회의 때 골안마을 연로 주민 많아 표결로 의사 결정할 때 항상 소외돼 마을 간 분쟁 요인 △송전탑 발전기금 수령 후 돈 문제로 주민 간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이기적 의식 팽배 △귀농 귀촌 가구수 증가로 공동체 의식 저하되고 주민 화합 불가능 △분통은 수십년 전부터 주민 숙원사업이었는데 행정기관 무관심으로 좌절 등이다.

밀양시 산외면 괴곡동 골안마을(윗마을) 안영수 씨가 분통을 반대하는 양리마을(아랫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수경 기자

◇양리마을 주민들 반응 = 안 씨는 양리마을이 분통을 반대하는 까닭을 이렇게 주장했다. "분통하면 주민 수가 약해지고, 외지 사람들이 마을에 집을 지으면 찬조금을 받는데 양리마을에는 귀농 귀촌 가구수가 적어 기금 받을 요인이 줄어든다. 또 송주법에 해당되는 지역이라 매년 가구당 110만 원씩 받는데 분통되면 못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백남기 괴곡동장은 "(취재하고자) 만나러 올 필요 없다. 아무런 말도 안 할란다. 아무 일도 없다"면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양리마을 한 주민은 "양리마을 일부 주민은 분통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며 "매년 연말에 전체 동민이 참여하는 괴곡동 총회를 연다. 그때가 돼야 분통 찬반 의견이 취합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시 "주민 갈등 조장하는 분통은 어렵다" = 밀양시 행정과 정재민 씨는 "분통을 하려면 마을 회의를 거쳐 면정자문위원회 또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받아 시에 건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시에 건의가 들어오면 조례 개정 작업을 하고서 분통하게 된다.

이해영 행정과장은 "골안마을과 양리마을 주민들이 마을회의를 소집하면 시장도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마을회의를 아직까지 못 열고 있을 정도로 화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재민 씨는 "지난해 단장면 바드리마을과 부북면 평밭마을 두 곳이 분통 신청을 했다. 바드리마을은 주민이 합심해 분통 절차를 잘 거쳐 올해 1월 분통했지만, 평밭마을은 주민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분통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범 산외면장은 "지난 8월초께 개발위원회 회의를 열고 분통했을 때 마을 재산 분배를 어찌 할지 등을 논의했으나 지금 상황에서 분통되면 마을 간 원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조금이라도 갈등을 푼 뒤 분통 얘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발위원회는 12명(양리마을 7명, 골안마을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8월 회의엔 1명만 불참했다.

이 면장은 또 "개발위원들이 분통에 공감하지만 싸우는 상황의 마을을 행정이 나서서 갈라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영수 씨는 "골안마을은 저녁에 마을회의를 하자고 하는데 양리마을은 골안마을 참여율이 낮은 낮에 하자고 하니 말이 되느냐. 회의를 해도 막말투성이니 민주적인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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