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농촌과 농업활동의 핵심 조직체이다. 그러나 농협은 애초에 면 단위로 출발한 것에서 시작된 영세성과 외국산 농산물 개방, 급격한 농촌의 고령화 탓에 존립 자체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경남농협이 농협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농축협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농협은 물론이고 활로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경남 농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농협의 합병은 그동안에도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규모의 영세성을 면하려는 즉, 수익을 못 내는 조합 간 합병으로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친 측면도 없지 않았다. 경남 농협이 새롭게 농축협의 통합을 추진할 명분을 얻으려면 단순한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농협의 오랜 숙제인 농협 개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농협은 조합원 이익 창출보다는 조합 임직원을 위한 조합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합의 고유사업보다는 금융수입에 의존하고 조합장이 합병에 최대 걸림돌이 되는 한 이러한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단위조합 위에 군림하듯 비대해진 중앙회 기능 해소는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일본은 중앙회 해체와 지역단위 농협통합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농협 개혁은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이다. 피폐 일로에 있는 농촌경제를 살리고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농협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자면 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 개혁을 위해서는 국가가 농협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동안 농협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의 간섭과 관치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그때마다 실패했다. 농협의 현실은 땜질식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 제도 개선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지경이라는 것을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 한 농협문제는 절대 풀릴 수 없다.

조합이 지금보다 더 자율적으로 제도가 바뀌면 합병과 같은 생존을 위한 자구적 조치는 당근을 주지 않아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합병이 우선이 아니다. 제도 개선부터 해야 하며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농업과 농협의 생존을 고민할 때 농협은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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