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추억 깃든 섬에서의 문화축제
창원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기대

지난 15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제8회 삼색 재즈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연주자가 있었다. 드러머 김민찬이다. 보통 드럼은 메인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는 드럼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김민찬은 프로젝트팀 '김민찬 이스트 웨스트 재즈텟'을 구성, 드럼의 맛과 힘을 폭발적으로 보여줬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이 프로젝트팀 연주가 가능했던 이유는 '삼색 재즈 콘서트'라는 '판'과, 그 '판'을 즐기는 관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판이 벌어지자 연주자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열정을 쏟아냈다.

예술의 힘은 강력하다. 쓰레기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4회 서울국제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에는 쓰레기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파라과이의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오케스트라로 빈민촌 아이들이 꿈을 갖게 됐다. 공업도시로 알려졌던 창원시가 음악도시를 표방하며 '문화예술특별시'를 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창원시 미래 발전상을 가늠하는 최고 경쟁력은 '문화예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색재즈콘서트에서 사회자 김현준은 "재즈는 다양한 색이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3가지 색깔을 소개한다. 그중 자신에게 맞는 색을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재즈뿐만 아니다. 예술을 편식하기보다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 의미 있다. 이러한 걸음이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으로 가는 길이 된다.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접근성 높은 다양한 색채의 '판'이 필요한 이유다. 예술인들이 마음껏 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한 이유다. 그 결과 경쟁력 높은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몇 년 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인재진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자라섬은 장마철 비가 많이 오면 북한강 물에 잠겨 일부가 사라진다. 그 쓸모없는 땅에서 국제재즈페스티벌을 2004년부터 열게 됐다. 처음에는 '뭘 저런 걸 하나' 하는 불만의 시선도 지역에서 많이 있었지만, 지금 이 행사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자라섬은 이제 가평군 대표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렇게 주목받게 된 가평군과 자라섬에서 얼음낚시 등 다른 행사도 여럿 열린다. 당시 인 감독 이야기를 듣다가 '경남을 대표할 문화행사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자라섬처럼 대표적인 공간으로 키울 곳이 경남에는 없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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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또 하나의 근사한 '판'이 돝섬에서 벌어진다.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무대다. 인디밴드 등 창원 출신 음악가 10팀이 한자리에 모여 '뮤직 인 창원'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종일 축제를 벌인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지역민들에게 꿈을 전한다. 돝섬은 지역민들과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한 돝섬과 '뮤직 인 창원'이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을 대표하는 제2의 자라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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