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창원시에 3·15의거를 기리기 위한 315번 시내버스 개설을 청원한 내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안 내용도 참신하거니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휘한 민주주의적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마산제일여고 역사동아리 '홍익인간' 학생은 3·15의거 정신을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접목하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교내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고, 5·18항쟁의 도시 광주광역시를 탐방하여 시장을 접견하고 돌아왔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발견한 것은 지역민들조차 3·15의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은 문제 해결 방안으로 광주의 518번 버스 운행에 주목했고, 창원시에 3·15의거와 연관된 지역을 두루 순환하는 버스 노선의 신설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3·15국립묘지를 비롯한 3·15의거 관련 지역을 손쉽게 방문할 수 있고, 같은 도로 선상의 여러 고등학교를 경유하는 버스 혼잡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마산제일여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3·15 관련 문제를 푸는 과정을 살펴보니 예서 더 모범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김주열의 후예답거니와 3·15의거 당시 마산제일여고 학생들도 이승만 정권 부정선거를 규탄한 학생들의 선두에 선 바 있다. 올바른 역사 인식 견지, 사회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 민주적으로 훈련된 문제해결 능력 등이 어우러져 전문가 집단 못지않은 제안이 나온 것이다. 한 개인의 구상이라면 이처럼 멋진 제안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며 최선의 대안을 모색했을 것이 틀림없으며 그런 면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민주적 소양을 기르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해당 학교의 교육 태도도 반영되었을 수 있다.

도교육청에 문제해결 과정의 우수한 사례로 이 제안을 널리 알리도록 권하며, 3·15의거 홍보를 고민하는 창원시도 315번 버스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학생들의 제안이 수용된다면 3·15의거는 박제화된 역사가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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