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합리적 대안 고민" 신고리 5·6호기 '존속'거론
시민단체 "여론몰이" 비판

핵발전소 신고리 5·6호기 존폐를 결정할 공론화 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에 탈핵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내 문재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더불어민주당·김해 을) 의원이 신고리 5·6호기를 존치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창원에서 열린 '민주당-문재인 정부 국가비전과 국정과제 전국 순회 설명회'에서 "신고리 5·6호기를 안 지으면 2조 6000억 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한데 5·6호기는 새로 지어져 가장 안전하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이 둘을 더하면 3GW 정도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데 현재 합계 3.1GW 전력을 생산 중인 월성 1호기, 고리 2·3호기 등 노후 핵발전소를 없애는 쪽으로 공론화위 논의가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6일 오후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 계성원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튿날인 14일 '합리적인 대안' 중 하나로 이 같은 내용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그는 경남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시사포커스 경남>에 출연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탈핵의) 지고지순한 목표가 아니"라면서 "안전에 대한 검증만 되면 신고리 5·6호기는 그대로 짓고 그 용량만큼 오래된 핵발전소를 폐로해 탈핵 정책은 유지하되, 이 두 핵발전소로 말미암은 국민 갈등은 해소하는 그런 제3의 대안도 함께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게 당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런 견해를 언론에 기고한 분들도 꽤 있고, 여러 간담회나 토론 자리에서 이 같은 대안을 주문하는 분들이 많아 소개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김 의원 발언에 탈핵단체들은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녹색당은 15일 '문재인 정부 신고리 5·6호기도 버리는 카드인가'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신규 핵발전소가 더 안전하다는 논리는 찬핵론자들의 주장일 뿐"이라면서 "그런데도 김 의원은 이들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신고리 5·6호기 건설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공론화 과정에서 아무 당론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탈핵 방향성과 실력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은 문 대통령 복심인 데다 국회 내 에너지 산업 정책 전반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의원이 비록 초선이라 해도 에너지 산업 정책과 관련해 그가 나타낸 견해와 태도가 정부·여당에 미칠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재개를 결정할 공론화 과정을 두고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공론화위는 1차 전화조사에서 참여 희망자 5981명 중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의견, 성별, 연령 분포비율을 고려해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했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850여 개 단체가 가입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공론화위의 공정성과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행동은 지난 15일 공론화위에 △공정성·중립성을 지키고, 설명자료 내용 자율성 보장 △정부에 신고리 5·6호기 중단에 따른 피해·지원대책 마련하도록 요구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건설 재개 측 활동' 중단 등을 요구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국민에게 명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시민참여단 500명에게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꾸준히 설명해 이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참여단은 지난 16일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한 달 동안 자료집·이러닝·전용 토론방 등에서 정보를 받아 내달 13일 저녁부터 2박 3일간 합숙토론을 한다. 공론화위는 합숙기간 시민참여단 조사를 거쳐 20일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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