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12일 `악법은 법이 아니다'는 식의 논리를 제시하면서 여권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론'을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총재단 및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여권이 강한 정부·강력한 여당을 말하면서 `법과 원칙'이란 말을 함부로 쓰고 있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여권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은 힘으로 야당과 언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정의로운 법만이 법이며, 정의롭지 않은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고 나름의 해석까지 내놓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한 “악법도 법이다”는 해석에 배치되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권철현 대변인은 “총재 발언은 특정법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법은 정의롭게 사용돼야 한다는 일반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는 또 “정치의 기본은 법과 원칙에 입각한 곧은 정치, 법과 원칙이 바로선 정도 정치”라면서 “법과 원칙의 바탕 위에 국민을 우선으로 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주장은 한나라당의 향후 대여 투쟁 방향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정부·여당이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쟁점에서 법과 원칙을 내세울 경우 대여 강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국민우선' 정치를 내건 상황 등에 비추어 한나라당측의 대여공세는 일단 원내투쟁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상임위 활동은 정치대혁신과 국민우선의 정치라는 2가지 명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구태정치를 벗어나 새 정치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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