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지심도와 이전·활용 배경 비슷
'섬은 훼손 없이 보전할 유산'기억해야

'조폭 개입 정치 스캔들'에 밀려나긴 했지만 거제 지역 현안 이슈 중 하나가 저도 환원 문제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저도는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로 중간에 있는 섬이다. 전체 면적 43만 4181㎡ 중 경남도 소유인 3만 2000㎡를 제외하고는 국방부 소유다. 1920년부터 일본군 통신소와 탄약고로 사용됐고, 이승만 전 대통령 휴양지, 박정희 전 대통령 별장 등으로 사용됐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채택한 뒤 지난 7월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에 포함되면서 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관리권 부분 이관이냐, 소유권 전체 이전이냐'를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거제시는 필요한 시설 관리권만 넘겨받고 나서 단계적인 이관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휴양시설과 경호시설은 당분간 청와대나 국방부가 관리하고 나머지 콘도, 골프장, 해수욕장과 접안시설, 전망대 등은 시가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재정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홍보 효과는 더 클 것이라는 계산이다.

반면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기회에 완전한 소유권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저도 반환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은 "정권이 바뀌면 계속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에 이번 기회에 온전한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견해 차이에는 묘하게 경쟁심이 작용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이 탓에 자칫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저도 개발과 활용에만 방점이 찍힐 수 있다는 부분이다. 현재까지 양측의 주장 속에는 보전에 대한 고민은 옅어 보인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3월 국방부에서 거제시로 소유권을 이전받은 지심도가 있다. 지심도는 일운면 지세포리 동쪽으로 1.5㎞ 떨어져 있는 작은섬이다. 동백숲 등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거제 8경'에 꼽힌다. 일본군 해군기지로 사용되다 국방부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역사적인 배경도 비슷하다.

개방 이후 지심도는 전국적인 유명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1월부터 7월까지 지심도를 찾은 관광객이 12만 8000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한 해 방문객과 맞먹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만 명을 넘어 30만 명도 바라볼 수 있는 수치다. 시의 입장에서는 대박 상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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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섬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섬은 수용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게 되면 자연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섬은 한 20∼30년 관광상품으로 이용하다 버려도 되는 곳이 아니다. 정치인들 치적 대상으로 삼을 아이템도 아니다. 항상 나오는 말이지만 잘 보전해서 후손에게 깨끗하게 물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생각 없이 무턱대고 소유권 이전만 바란다면 차라리 국방부가 관리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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