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땅 교육용 부지로 특수학교 당연
'님비' 주민 선동에 교육청 좌고우면 안돼

'휴거'는 '휴먼시아 거지'란 뜻이란다. 어이없지만 그것은 서울과 가근방 초교 아이들 사이에서 임대아파트 사는 아이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통용되는 신조어란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던 공진초등학교가 그 소리의 진원지인가.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던 이 학교 주변으로 민간 분양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지역 유일의 학교였기에 임대아파트와 민간 분양아파트의 아이들이 한데 모여 어울렸다. 아이들은 제 동무가 한 부모 밑에서 자라건 할머니와 살 건 부모님이 장애인이건 따지고 구분하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나누어 차별하는 것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쌓인 더께일 뿐이다.

어느 날 그 어린 것들에 못난 어른의 오물이 배어든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애들하고는 안 놀아요. 엄마가 어울리지 말랬어요." 그렇게 분리가 시작된다. 민간 분양아파트의 신설 민원을 교육청이 받아들여 길 건너 새 학교가 지어졌다. 빈부가 동거하던 학교에 균열이 생기고 해체가 시작된다. 공진 학교에는 영구임대아파트의 아이들만 남게 되고 취학 아동의 부족으로 학생 수는 급감한다. 곧 서울에서는 유례가 없는 분교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고 폐교된다.

땅도 팔자가 있는가. 있다면 참 기박하다. 지난해에 서울시교육청은 그 땅에 공립 특수학교 신설을 행정예고했다. 강서구의 특수학교 정원이 넘쳐 아픈 아이들이 2시간씩이나 걸리는 등굣길 사정을 살핀 것이다. 2019년 3월 1일까지 '서진 학교(가칭)'라는 특수학교를 짓기로 하고 지난 7월 주민토론회를 열었다.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여 토론회는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 주민들은 '특수학교 건립 결사반대'를 외쳤다.

"여러분들이 욕을 하면 듣겠습니다. 모욕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제발 도와주십시오." 어미들은 강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며 호소한다. 이 억장 무너지는 사진이 신문마다 큼지막이 올랐기에 실황 영상을 뒤져 들여다보니 목불인견이다.

연방 울먹이는 소리로 애소하는 부모들을 마주한 지역 주민들의 서슬이 퍼렇다. "쇼하지 말고 딴 데 가서 알아봐라. 아무튼, 우리 동네는 못 들어온다." 반대 주민들의 걱정은 한마디로 '땅값 떨어지는 것'이다. 참석했던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과 지역 국회의원 김성태의 갈라진 의견처럼 2차 토론회도 결론 없이 끝났다.

자식이 장애를 겪고 있으면 그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거의 재앙이다. 하지만, 온전치 못하다고 자식 포기하는 부모 있던가.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태에 이르게 하려 혼신의 힘을 다할 뿐이다. 아픈 아이를 보살피는 데는 여느 아이에 비해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 한시라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아이를 두고선 어미의 고통을 헤아릴 겨를 따위는 없다. 내면으로 마치 죽음에 이르는 단계에 버금가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터널을 초인적 힘으로 버틴다. 죽을 수도 없다. 장애아를 둔 엄마의 소원은 하나같다. 아이보다 단 하루 더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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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설립 반대의 이유로 한방병원과 허준을 내세워 탐욕을 가리려는 이들의 소행을 보며 그들과 공동체의 일원임이 부끄럽다. 그 아이들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엄연한 공화국의 시민이다. 그 땅은 교육목적으로 사용토록 용도가 지정된 부지다. 대체 무슨 패악질인가. 서울시 교육청은 저따위 쓰레기 같은 선동과 주장을 민원이랍시고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신문 방송 SNS의 관련 기사 아래 수없이 달린 분노와 위로의 댓글을 보며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나아진다는 위안을 받는다. 서진 특수학교 부모님들도 부디 그러시길 바란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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