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것과 함께 사장의 공석 체제가 길어지고 있다. 방산 비리 의혹으로 하성용 전 사장이 지난 7월 말 대표이사에서 사퇴한 지 벌써 2개월이 흘렀다. 공기업 수장이 몇 개월째 공석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수리온 헬기 기술 결함 등으로 KAI는 현 정부 들어 검찰이 처음으로 착수한 방산비리 수사 대상이 되었다. 하 전 사장의 경우 자신의 개인 비리 의혹까지 드러나면서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그러나 하 전 사장이 물러난 후에도 채용비리 등 비리 의혹이 더 불거지는 등 KAI는 온갖 비리의 집합체처럼 인식됨으로써 새 사장 선임 작업도 더뎌졌다. 물론 정부가 KAI 사장 선임에서 아주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안현호 전 청와대 수석 내정자를 점찍었다는 말이 파다했지만, 야당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안현호 카드는 없던 일이 되었다. 당시 안 전 수석 내정설과 관련하여 언론보도도 나왔지만 정부가 부인하는 등 새 사장 인선 문제로 잡음도 있었다.새 사장 인선에 대해서 정부의 고심이 길어지는 동안 지역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인물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는 지역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사장 인선 작업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방산비리 의혹이 발생한 현 KAI 수뇌부는 당연히 제외돼야 한다. 이들은 하 전 사장 사임 당시 동반사퇴하는 것이 자신들의 책임에 걸맞은 행동이었다. 안 전 내정자의 경우에서 보듯 정부의 사장 인선 작업에서 정부와 관계가 깊은 인물이 선정되는 것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 의지가 크고 항공우주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여야 낙하산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관료 시절 항공 산업을 담당한 적이 있는 안 전 내정자 후보가 제외된 것은 다소 아쉽다.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KAI는 누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느냐의 여부가 달릴 것이다. 신임 사장은 경영 정상화와 조직 쇄신의 작업에다 당장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입찰 등 눈앞의 현안도 준비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KAI 사장의 임무가 막중한 만큼 정부는 사장 인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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