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차 산업혁명 기획 취재차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했다. 독일까지 가는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섭외 당시 현지 코디네이터가 '인피니온'이라는 회사를 소개했다. 이 업체는 '드레스덴의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그런데 출국일 며칠 전 공장 견학이 어렵다고 전해왔다.

드레스덴시 경제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정을 말하자 선뜻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인피니온이 속한 기업협의체 운영을 맡은 자회사를 찾았다. 담당 박사에게 넋두리를 했더니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한국 기자라서 그럴 겁니다." 그러면서 독일, 특히 제조분야에서 industy 4.0을 고민한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독일 제조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고자 한국,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 공장을 옮겼다. 단가는 낮아졌지만 현지로 기술이 유출되고, 이 기술로 성장한 기업들이 자신들 위치를 위협하게 됐다. 한국 기자가 달갑지 않은 이유가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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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없었던 10여 년 전부터 생존 방법을 고민했고, industry 4.0을 택했다. 한국은 독일이 고민을 시작한 때와 많이 닮았다. 국외 기업은 더 저렴한 임금을 찾아 떠나고, 중국 등으로 진출했던 국내 기업은 현지 기업과 기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 제조업도 치열하게 변화할 때다. 4차 산업혁명, 특히 스마트팩토리는 몇 사람 인건비를 줄이는 의미 그 이상으로 생존에 꼭 필요한 흐름이다. 여기에 더해 왜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한 인피니온 직원 수가 10년 전과 같은지도 함께 봐야 한다. 독일 기업이 착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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