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출연기관장 회의 "서로 화합 도모한 자리 거취 문제 언급 없어"

새 정부가 임명한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과 홍준표 전 지사가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들의 불편한 공생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12일 한 권한대행 주재로 도 산하 공기업·출자·출연기관장 회의를 했다. 한 권한대행 취임 후 처음 열린 이날 회의에는 전체 13개 기관 대표가 참석해 기관별로 업무보고를 했다.

현재 출자·출연기관장 대부분은 홍 전 지사가 보은인사로 임명한 인물들로 시민단체들로부터 인적 적폐 청산 대상으로 지적받아왔다. 경남개발공사 조진래 사장을 비롯해 경남무역 박태훈 대표이사·경남항노화주식회사 백상원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출연기관 가운데 경남발전연구원 유성옥 원장·경남테크노파크 이태성 원장·경남신용보증재단 이광시 이사장·경남문화예술진흥원 이성주 원장·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조영파 대표이사도 홍 전 지사 인물로 꼽힌다.

12일 경남도청에서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 주재로 도 산하 13개 공기업·출자·출연기관장 회의가 열리고 있다. /경남도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돼 한 권한대행의 내부 발언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출자·출연기관장들의 거취와 관련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부임한 이후 소통과 협치를 통한 참여도정을 강조하고 있다"며 "도민은 출자·출연기관장도 도청 공직자처럼 이해하고 있으므로 소통과 협치를 통한 참여도정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고 도는 전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를 위해 매달 둘째 주 화요일 권한대행 주재로 출자·출연기관장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출자·출연기관장들을 한꺼번에 모아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도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를 두고 출자·출연기관장들에게 달라진 도정 기조를 계속 강조함으로써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도청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도청과 공기업·출자·출연기관이 서로 소통과 화합으로 역량을 모으자는 데 의미를 두고, 도정 추진과 관련해 각 기관에 협조를 당부하고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인적청산 요구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도내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등은 "홍 전 지사가 능력과 자질이 되지 않는 이들을 자신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출자·출연기관 수장으로 앉히는 보은인사를 단행했다"며 인적청산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은 "(그들의 거취 문제는) 합리적인 선에서 풀어나가려고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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