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약자를 보는 편견 후진국 수준
돈·권력·명예보다 사람 먼저 섬겨야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찬반 양쪽이 '무릎'을 꿇고 서로 맞섰다는 소식은 참담한 충격이었다. 장애 아이 어머니들은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세워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그 어머니들을 향해 "쇼하지 마라"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며 비난까지 했다. 또 무릎 꿇는 것쯤이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듯이 그들도 무릎을 꿇고 큰절까지 하면서 맞대응했다.

누군가가 무릎 꿇으면 누군가는 일으켜 세우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니던가. 그런데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비극을 목격하게 되었을까. 물론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예전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주민들은 많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공립 대안학교 설립 계획에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다. 그들의 오해와 편견은 폭력보다 더 무섭다.

한 나라가 선진국인지 아닌지는 그 나라 국민이 평소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다. 경제력은 선진국 대열에 기웃거리고 있지만 '함께 살자는 의식'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돈은 제법 벌었고 집이나 자동차도 고급스러워졌지만 '사람다운 품격'은 오히려 천박해진 게 아닐까.

국가와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배울 수 있는 통합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이다. 교육부는 수능제도나 평가제도 개선보다 더 우선해서 특수교육과 직업교육 영역의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하여 교육부는 앞으로 더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을 무릎 꿇리지 마라!

2010년 봄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 개교 첫해 이야기다. 한 아이가 방과 후에 학교 밖에 몰래 나갔다가 술에 취해 들어왔다. 선생님들이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그 아이를 데리고 교육사랑방(교장실)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사랑방 온돌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아 비틀거렸다. 나는 당장 호통을 쳤다.

"○○아, 바로 앉아라! 네가 비록 술이 취했지만 선생님들 앞에서 무릎 꿇을 정도로 큰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 양발 개고 똑바로 앉아라! 나는 일반학교에서 학생들을 무릎 꿇리는 게 보기 싫어서 새로운 학교를 세우고 싶었다. 그러니 ○○아, 너는 앞으로 이 학교에서 그 어떤 경우라도 무릎 꿇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 후 1년 뒤 어느 날, 그 아이는 숨차게 교육사랑방으로 달려와서 따지듯이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 학교가 아이들 무릎을 꿇리는 학교인가요?"

"아니지! 우리 학교는 그런 학교가 아니지!"

"그런데 ○○선생님이 지금 1학년 ○○를 복도에 무릎 꿇리고 있어요!"

"그래! 그러면 안 되지! ○○선생님이 올해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우리 학교 문화를 잘 모르시나보다. 어쨌든 일단 나랑 차나 한잔하고 함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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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리고 가보니 그 사이에 복도에 무릎 꿇었다는 아이는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때 무릎 꿇은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때 이후 태봉고 선생님은 그 누구도 아이들을 무릎 꿇리지 않았다. 태봉고 개교 8년째인 지금도 그럴 것이다.

그래, 교사로서 우리는 그 어떤 경우라도 학생들의 무릎을 꿇리지 말자! 우리가 먼저 학교에서부터 실천하자.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돈, 권력, 명예보다도 사람을 먼저 섬기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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