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밝힌 불이 꺼진다. 곧이어 MBC 해직 PD인 최승호 감독의 얼굴이 스크린을 채운다. "잘들 산다. 잘들 살아!" 그가 한탄하듯이 내뱉는다. 어느 출판기념회에서 인터뷰를 거부당하며 쫓겨나오면서다.

잘들 사는 사람은 공범자들이다. 권력과 결탁해 오직 자신의 배만 채우는 공범자. 영화 <공범자들>의 첫 장면은 그렇게 시작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는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공영방송 MBC, KBS가 정권의 압력에 어떻게 무너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최승호 감독이 찾아가 '왜 그랬냐' 식으로 따져 묻는 이들은 다름 아닌 언론인들이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언론을 파괴하는 데 앞장선 이들. 바로 김재철 전 MBC 사장과 현 김장겸 MBC 사장, 고대영 KBS 사장이다.

분노와 개탄으로 점철된 10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객석이 밝아졌다. 극장을 나서면서 며칠 전 언론노조 우리 지부에서 KBS, MBC 파업을 응원하는 영상을 제작했던 당시가 떠올랐다.

지부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 중 하나를 수행하듯 부역자들 퇴진 구호를 외쳤던 그때를. 그리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당장 내일 기삿거리만 고민하던 나를.

현장을 누비고 있어야 할 동료들은 거리로 나섰는데 지금 나는 스스로의 안위만 돌보고 있지 않은지. 문득 나 또한 공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밀려온 자책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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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

영화 속 최승호 감독의 외침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다시 외쳐본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고대영은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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