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제작소셜다이닝
여행지 음식 맛보고 정보·동영상 제작법 함께 나누는 모임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다.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8%,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란 비혼과 비출산, 이혼과 사별 등으로 홀로 사는 인구가 늘며 생긴 새로운 가구 형태다. 최근에는 젊은 1인 가구를 두고 '나홀로족'이라 부른다. 

나홀로족이 늘면서 관련 트렌드도 급부상했다.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7> 에는 '1코노미아'라는 단어가 나온다.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서 자신을 위해 소비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경제를 의미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혼자서도 잘 먹고 잘사는 문화는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여(혼자 여행)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가능하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려 애쓴다. 때로 인간관계가 필요할 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취미나 취향을 가진 사람과 소통한다.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란 개념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는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하며 맺는 인간관계를 말한다.

소셜 다이닝은 대만 여행 정보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했다. /유희진 인턴기자

소셜 다이닝이 빠르게 정착된 데에는 우리나라 최대 소셜 다이닝 플랫폼인 '집밥(zipbob)'이 큰 역할을 했다. 2012년 '밥 친구'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제는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모임과 결제 시스템까지 갖췄다.

지난 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그림갤러리에서 열린 '여동제작소셜다이닝'도 이 플랫폼을 통한 소셜 다이닝 중 하나였다. 여행관련 청춘문화커뮤니티인 '여행을 닮은 인생(이하 여닮인)'과 공연 기획과 영상 전문 커뮤니티 '듣다'가 공동으로 준비했다. 매달 마지막 주에 그달에 선정된 나라의 음식을 맛보며 여행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 동영상(여동) 제작법을 배우는 모임이다. 15명이 모인 이번 모임은 대만을 주제로 했다. 1교시 소셜 다이닝에서는 대만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호스트의 여행기를 듣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2교시 영상클래스에서는 여행 영상을 만들 때 필요한 편집 프로그램을 배웠다.

참석자들이 대만 진과스 대표 먹거리인 광부도시락을 먹고 있다. /유희진 인턴기자

이번 모임이 두 번째다. 소셜 다이닝을 해보자고 먼저 제안한 쪽은 '듣다' 이창근 대표다.

문화 기획에 관심이 많은 그가 처음 기획했던 모임은 DSLR 카메라로 1분 메이킹 필름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하게 영상만 배우는 것은 공급자적 방식에 불과했다.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하게 하려면 더 구체적인 것이 필요했다.

"요즘에는 여행 가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기만의 영상을 만들어 추억을 남기는 게 유행이잖아요. 1인 크리에이터 성장과 여행이라는 트렌드에 맞게 여행 강연과 여행 영상 제작이라는 소셜 다이닝을 떠올렸어요."

이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소셜 다이닝' 사업에서 소셜 다이닝 모임을 주최하는 '문예지기'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동제작소셜다이닝도 이 사업 중 하나로 기획됐다. 이 제안은 '여닮인' 오지은 대표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평소에도 청년과 함께하는 소셜 다이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만 길거리 음식을 함께 맛봤다. 메뉴 중 하나인 대만 야시장 명물 왕자치즈감자. /유희진 인턴기자

"취업난 등으로 청년이 설 공간이 없어졌어요. 또 어디 가서 힘들다고 편하게 얘기할 곳도 없어요. 이럴 때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할 공간이 있다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셜 다이닝에 와서 단순히 밥 먹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뭔가 하나라도 얻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 중에 창근 씨에게서 연락이 왔고 여행 커뮤니티라는 저희 콘셉트랑도 맞아 같이 하게 됐지요."

초기 소셜 다이닝은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고 미리 신청자를 받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매일 혼자 즉석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이 비슷한 취미,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였고 맛있는 음식을 통해 정을 나누기도 했다. 소셜 다이닝은 일반 동호회보다 참여가 자유롭다는 점, 관계 자체나 정서적 공감대 형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밥만 함께 먹는 것에 그쳤다면 소셜 다이닝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식사와 함께 문화 자체를 즐기는 모임으로 진화했기에 지금까지 활발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한 참석자가 풍등에 소원을 적고 있다. /유희진 인턴기자

'듣다' 이창근 대표는 이와 관련해 소셜 다이닝은 원래 있던 문화라고 강조했다.

"단어만 생긴 것일 뿐, 예전부터 있던 우리 문화, 즉 가족끼리 한 상에 모여서 밥 먹는 거 자체가 소셜 다이닝이라 생각해요. 개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낯선 이와의 소셜 다이닝은 공동체 의식을 살리기 위한 장치인 것 같아요."

'여닮인' 오지은 대표는 1인 가구 시대이기에 오히려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라고 했다.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사람을 만나는 게 아주 좋다는 거예요. 사회가 아무리 개인화됐다고 하지만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소통을 갈구하는 거 같아요.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특히 경남지역은 청년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청년끼리 모여 새로운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여동제작 소셜 다이닝은 모두 5번으로 기획됐고, 11월에 끝난다. 하지만, 이 대표와 오 대표는 꾸준히 준비해 소셜 다이닝을 문화, 예술, 교육 모임으로 정착시킬 생각이다. 오창근 대표는 "현재는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받으며 완성화시키는 단계"라며 "똑같이 혼자만이 사는 욜로(yolo) 세상이 아닌 같이 인문학적인 요소도 나누며 더불어 사는 모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풍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희진 인턴기자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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