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1일 홍준표 전 지사가 빚 없는 도정을 자축하겠다며 심은 채무 제로 기념나무를 두고 논란이 본격화해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나무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1인 시위라는 시민행동으로 표출되고, 한경호 지사 권한대행도 타당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무를 베내야 한다고 벼르는 측은 빚 없는 도정을 달성했다는 홍 전 지사의 주장이 허구임을 고발한다.

도가 예산 운용을 효율적으로 한 결과가 아니라 꼭 써야 할 돈도 쓰지 않았거나 공익기금을 축소하는 등의 편법으로 이룩한 억지 지수라고 반박한다. 학교 무상급식 지원중단이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도가 분담금을 내놓지 않고 봉쇄함으로써 무상급식은 파탄이 나버렸는데, 대신 재정 상황은 그만큼 호전된 것으로 들이댄다. 진주의료원을 폐쇄하여 얻은 공공의료 잉여금으로 서부경남 서민진료는 타격받은 반면 채무 제로 기념식수에는 보탬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등이 그것이다.

마산야구장 신축공사와 관련해 도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전입금을 창원시에 주지 않겠다며 어깃장을 부린 일 또한 그와 무관치 않다. 제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필요 지출까지 막은 도의 전략이 수치상으로는 성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과연 그걸 뒷받침할 만한 내실이 전제됐는지 증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뽑아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과나무를 심었지만 얼마 안 가 시들해졌고 주목으로 교체한 후에도 다시 고사위기를 맞아 다른 주목으로 바꾸어심는 등 후유증도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관 위주의 치적지상주의일 것이다. 그 나무가 서있는 곳은 경남의 상징탑인 낙도의 탑 바로 앞자리로 도청 정면이다. 도민 모두의 장소랄 수 있는 곳에 스쳐지나가는 단체장 이름의 기념목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뽑아내는 것이 시대 정신에 맞다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그럴 수는 없다. 도청 금고를 면밀히 살펴 홍 전 지사 재임 당시 도가 정말 실질적으로 빚이 전혀 없는 재정 상태에 있었는지를 증거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낙도의 탑 바로 앞 자리를 차지하고 선 그 나무가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온당한가 하는 질문은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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