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을 3만 원 주고 사느냐, 만든 지 26년이 다 된 '구제'를 2만 5000원 주고 사느냐. 오늘 아침 맞닥뜨린 질문에 결국 후자를 택했다. 사실 새로운 취미 캠핑 때문이다.

요즘 캠핑에 푹 빠져 산다. 시간이 날 때면 온갖 캠핑 사이트를 뒤져 원하는 것을 찾는 '득템' 재미가 쏠쏠하다. 또, 5살 아들 앞에서 뚝딱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줄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낀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고민이 생겼다. 바로, 보온 때문이다. 선배 캠퍼들의 조언을 조합해 카키색 군용 담요가 막 쓰기 좋고, 보온성도 뛰어나다는 걸 알고 물건 찾기에 나섰다. 사실 군용 모포는 다림질용이나 서예 연습용으로 아직도 많이 사용한다. 또, 최근에는 퍼팅 연습용으로 군용담요를 구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뭐니 해도 군용 담요의 백미는 고스톱이다. 군용 모포는 화투장이 잘 튀지 않아 바닥판 스테디셀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제대한 지 17년이 넘은 민간인에게 오리지널 군용 담요 찾기는 결코 쉬운 숙제가 아니었다. 간간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이 올라오긴 하지만 영 인연이 닿질 않았다. 우연히 마산어시장 선창가에서 그런 물건을 판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30분 수소문한 끝에 그 녀석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에 나란히 진열된 새 제품에도 눈길이 갔다. 다른 물건 같으면 망설임 없이 새 제품을 샀을 텐데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오래된 녀석을 데리고 왔다. 지금 확인해보니 모포 뒷면에는 제조년 1991년, 제조사는 지금은 사라진 한일합섬섬유공업주식회사라고 적혀있다.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잠시 군 시절 회상에 빠졌다. 이등병 시절 햇볕 좋은 날이면 전 내무반의 모포를 햇볕에 말리느라 휴일이 싫었던 일, 점호 때 모포 각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집합을 당했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이날 2만 5000원 주고 산 군용 모포는 군용으로 수명은 다한 지 오래지만, 아들 녀석과 함께 만들어갈 캠핑에서 새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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