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일수록 공감능력 떨어져 이기적
<공범자들>흥행은 사회 자정력 보인 것

장면 1. 국가기관 고위 간부인 그는 자신의 부하에게 매일 정치 현안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다. 그러고는 부하에게 한마디한다.

장면 2. 재벌회사 사장인 그는 아침 출근길에 하청업체 직원이 1인 시위하는 걸 본다. 심기가 불편해진 그는 부하 직원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한마디한다.

장면 3. 언론사 대표인 그는 자신의 비서에게 업무 외에 자녀 뒤치다꺼리를 시킨다. 그러고는 비서에게 한마디한다.

세 장면 모두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부당하게 권력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면 1, 2, 3에 언급된 '한마디'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무슨 말인데요?'라고 묻는다면, 그는 지독하게도 눈치 없는 사람이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행동과 관련된 실험이 있다.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 수크빈더 오비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집단에는 자신이 남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쓰게 했다. 두 번째 집단에는 전날 무엇을 체험했는지 쓰게 했다. 기억을 떠올리게 한 후, 한 손으로 작은 공을 쥐어짜는 모습이 담긴 짧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실험 참가자들의 뇌 활성도를 살펴보았다. 공감능력을 반영하는 거울 뉴런 덕분에 공을 쥐어짜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우리 뇌의 해당 부위가 유사하게 반응한다. 첫 번째 집단의 뇌 활성도는 두 번째 집단보다 아주 약하게 나타났다. 오비는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믿을수록 남들의 활동에 관여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공감 능력의 약화는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권력을 가진 집단에 동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뇌는 자신을 어느 편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을 바꾼다. 일단 한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비슷한 인지와 지각 그리고 판단을 보이기 시작한다. 드라마 <송곳>에서 구고신의 명대사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처럼 말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서는 한 개인의 생각이 같은 집단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실험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세 개의 선 중에서 기준선과 가장 비슷한 선을 고른 후, 한 명씩 대답을 했다. 진짜 실험 참가자는 제일 마지막에 답을 하는 사람이며, 나머지 참가자들은 실험의 조력자들이다. 조력자들은 가장 긴 선이 기준선에 가장 가깝다고 거짓말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3분의 2는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다수 의견에 동조했다. 이 실험은 심지어 그것이 잘못된 정보일 때조차 자신의 정보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집단이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가정하면 우리는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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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KBS 두 공영방송이 지난 4일 파업에 들어갔다. 공영방송의 몰락을 다룬 영화 <공범자들>은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드물게 누적관객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공범자들>은 지난 정권에서 진행된 언론 탄압과 이에 동조한 두 방송사 경영진을 고발한 영화다. 두 공영방송의 파업과 영화 <공범자들> 흥행의 내면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이다. 두 공영방송의 파업과 <공범자들>의 흥행이 반가운 이유는 특정 집단의 잘못된 이익과 이기심에 반해 우리 사회의 건전성과 자정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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