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 역사를 담는 그릇
세 가지 범주로 관객 맞이
부조리 비판·경쾌한 풍자
독일 기자 기록한 '현대사'
삶에 녹아든 작품 감상도

7일 경남도립미술관이 수십 장의 사진을 내걸었다. '2017년 경남도립미술관 3차 전시'가 개막한 것.

사진매체와 영상이 인간의 순수한 몸짓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여주는 '무용수들 Dancers'전, 독일 통일 과정 전후를 독특한 시각으로 관찰한 사진가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독일사진'전이 관객을 맞는다. 아주 쉽게 읽히는 사진들이 아니다. 맥락을 알 때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다 김대홍 작가의 비디오 영상이 소개된다. '웃픈(웃기고 슬픈)' 작품들이다.

◇하나의 몸짓이 건네는 이야기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오른손 하나가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가지런한 손가락, 살짝 걷어올린 옷. 서평주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다.

작가는 개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과 사회 구조 사이의 관계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특히 군대 내 체조처럼 집단적 규율의 부조리함을 풍자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렇듯 몸짓은 사회적, 정치적인 무언가와 닿아있다. '무용수들 Dancers'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서 작가가 매뉴얼화된 동작에 주목했다면, 줄리안 뢰더(독일)는 시위, 이고르 그루비치(크로아티아)는 폭동과 진압, 요아킴 코에스터(덴마크)는 병리적인 경련, 할릴 알틴데레(터키)는 난민들의 탈출을 전시장으로 끌어왔다.

옥인 콜렉티브 작 '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 싱글채널비디오 2012. /경남도립미술관




전시는 공식적인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잊힌 기억을 재조명하고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변화와 충돌을 담았다.

그렇다고 아주 무겁지 않다. 경쾌한 형식으로 풍자를 잘 담아낸 비디오 영상이 곳곳에 준비되어 있다. 비디오 영상은 영상매체가 인간의 몸짓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현실에서 발생하는 운동을 온전하게 기록할 수 없다.

김재환 학예연구사는 "몸짓을 전시장으로 옮겨오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 이번 전시가 단순히 순수한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상매체가 순수 몸짓의 가시화를 위해 하는 일'을 탐구해보는 시간이다"며 "조선령(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와 1년 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3전시실, 특별전시실에서 12월 6일까지.

참여작가는 할릴 알틴데레, 이고르 그루비치, 요아킴 코에스터, 줄리안 뢰더, 서평주, 안정주, 옥인 콜렉티브(이정민, 진시우, 김화용).

문의 055-254-4635.

◇냉철한 관찰, 인간적인 시선…사진 저널리즘 진수

독일 사진 저널리즘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바바라 클렘.

독일 국제교류처가 기획하고 주한독일문화원이 협력한 세계 순회전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독일사진'이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 이어 경남도립미술관을 찾았다.

바바라 클렘은 독일 대표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40년 넘게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사진의 미학을 회화성에 기대지 않는다. 오로지 리얼리즘이다. 빛과 어둠을 이용한 직관적인 사진이다.

이번 전시에서 독일 현대사를 담은 흑백사진 1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수십 년간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과거를 잘 보여준다. 베를린 장벽 위에서 손을 흔드는 시민들, 고달픈 이주민의 삶뿐만 아니라 공식회담, 집회, 시위 등 다양한 주제로 독일의 통일 과정을 담아냈다. 인간이 사는 풍경, 우리의 드라마다.

바바라 클렘이 1981년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미술관에서 찍은 사진. 팝아트 대가 앤디 워홀이 괴테를 그린 대형그림 앞에서 서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바바라 클렘의 힘은 '신뢰'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왜곡하기 일쑤인 사진들 가운데 그의 렌즈는 진실에 초점을 맞춘다. 조작도 연출도 없다. 바로 저널리즘이다.

또 사진 한 장에 발길을 머물게 하는 힘은 '치밀한 계산'이다. 그의 사진은 규격, 비율이 매우 정확하다. 인물의 위치, 화면 구성, 명암 대비를 고려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지점과 렌즈 크기, 노출 시간을 꼼꼼하게 따져 셔터를 누른다.

인간이 사는 풍경을 좋아하는 기자.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자처럼 행동하지 않으려는 바바라 클렘.

전시는 4·5전시실에서 11월 15일까지. 문의 055-254-4635.

◇창원 일대를 돌아다니는 생시몽

경남도립미술관 1층 영상전시실, 김대홍 작가가 자신의 작업 개념을 시각화한 작품이 반복해 상영된다.

김 작가는 지난 2014년 지리산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생시몽(St. Simon)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신의 자동차를 종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작업했다. 작가는 입체감, 깊이감처럼 모든 것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경향을 따르지 않고 심심해 보이는 2D 제품처럼 만들어냈다. 세상과 섞이지 못하는 존재처럼.

이를 담은 영상 '페이드인-페이드어웨이'를 오는 10월 15일까지 볼 수 있다.

바바라 클렘이 1989년 11월 10일에 찍은 사진. 시민들이 붕괴된 베를린 장벽 위에 서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이어 '로봇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영상이 공개된다. 한국과 독일, 덴마크에서 진행한 퍼포먼스를 기록한 것이다. 비닐봉지로 둘러싸여 바닥을 기어다니는 로봇은 귀엽지만 측은하고 비애감마저 들게 한다.

작가는 "세상을 예술 언어로 묘사하는 일이다. 삶과 작품의 간격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영작 역시 그러한 출발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상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나 주인공, 기법은 달라 보일 수 있지만 그 작품들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똑같다.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풀어낸다. 그러나 그 너머에 있는 비애는 관객에게 그저 웃기만 하기엔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2부 영상은 10월 17일부터 11월 5일까지 상영된다. 문의 055-254-4635.

◇전시 개막 행사

△7일 오후 4시 안정주 작가 퍼포먼스

△7일 오후 5시 여는 행사

△8일 오후 2시 '독일 현대 사진'이라는 주제로 우르줄라 젤러(독일 국제교류처 큐레이터) 특강

김대홍 작가의 '생시몽'. 전시 기간 동안 경남도립미술관 입구에 서 있을 예정이다. 창원 시내를 누비기도 한다. /김재환 학예연구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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