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남새밭' 이름 붙인 책
그리움·시골정서·모정 곳곳에

젊은 세대 공유물인 줄만 알았던 디카시를 이순이 넘은 지역 시인이 감각적 사진과 함께 시적 문장을 담아 책으로 냈다. 예순한 살 나이가 무색하게 새로운 시 창작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손연식 시인이다.

디카시는 사물이나 자연에서 시적 영감을 받는 순간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포착하고 5행 내외 문장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문학 장르다. 촌철살인의 극명한 순간은 한두 행의 문장으로 재현되며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손 시인은 2년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은 세상을 꺼내 <엄마의 남새밭>이란 제목으로 책을 내놓았다. '디카연구소'와 계간 <디카시>가 기획해 만들어내는 '계간 디카시 시인선'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리움만 남은 시골정서와 농촌 풍경을 축약된 의미를 담아 웅숭깊게 구현했다. 특히 고향인 밀양에서 홀로 시골집을 지키고 있는 80대 노모의 진한 모정은 시집 곳곳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디카시집을 출간한 손연식 시인.

표제이기도 한 '엄마의 남새밭'은 손 시인이 디카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이다. 벌레가 뜯어 먹고 줄기만 엉성한 배추 잎 모양을, 늙고 주글주글한 엄마의 손등으로 치환한 것. 속이 빈 오래된 느티나무를 두고 자식 걱정에 시커멓게 타 들어간 어머니의 모습을 대비시킨 것 또한 이 시대 어머니상을 떠올리게 한다.

'예순한 살' 제목을 단 구불구불한 함양 오도재는 속력을 내고 싶어도, 고속으로 달릴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든 시인의 모습을 노래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오듯 그렇게 맑고 밝고 새롭게 만나기를….' 책 머리글을 장식한 시인의 말처럼 그는 하늘을 물들인 노을과, 자연을 머금은 꽃을 통해 희망을 전하기도 한다.

디카시를 창안한 고성 출신 이상옥 교수는 "손연식의 디카시는 평범 속에 가려진 비범을 읽어낸다"고 평했다. 2005년 <신문예>에 시, <문학세계>에 수필이 당선돼 문단활동을 시작한 손 시인은 마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는 <거울을 닦으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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