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필요 이상 남는 증상
동맥경화·심혈관 질환 중요 원인
혈액검사로 콜레스테롤 양 측정
연령·혈압 등 고려해 수치 조절
약물 효과 보려면 '장시간'필요

60대 초반 여성 ㄱ 씨는 몇 년 전 병원 검사에서 고지혈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나름 운동을 하고 건강을 잘 챙긴다고 생각했던 ㄱ 씨는 고지혈증 진단에 충격을 받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창원파티마병원 심장내과 한양천 과장의 도움말로 고지혈증에 대해 알아본다.

◇나쁜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

고지혈증을 이야기할 때 먼저 나오는 단어가 '콜레스테롤'이다. 그래서 중장년층 중에는 '콜레스테롤'이라는 말만 들어도 건강을 걱정하기도 한다. 콜레스테롤이란 무엇일까.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일까.

콜레스테롤은 지방성 물질의 하나로, 우리 몸이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다. 대부분 간에서 합성되고, 일부는 음식을 통해 흡수한다. 혈액 속에 있는 지단백이라는 작은 거품에 실려 다닌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는 질환이다. 콜레스테롤을 간에서 너무 많이 생산하거나, 다른 물질로 대사할 수 있는 적정량 이상으로 많이 섭취할 경우 혈액 속에 필요 이상의 지방성분이 남게 된다. 고지혈증은 동맥경화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콜레스테롤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단어는 총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다.

이 중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여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죽상경화증을 유발하고,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옮겨 죽상경화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과장은 "고혈압과 당뇨가 많이 늘면서 고지혈증은 빠질 수가 없는 질환이다. 튼튼했던 혈관도 시간이 지나면서 노화가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와 함께 혈관 안쪽에 이물질이 쌓이는 죽상경화가 진행되는데, 이런 불씨에 기름 붓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고지혈증이다"라며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데 고지혈증까지 동반되면 혈관이 훨씬 불안정해지면서 심근경색 위험이 더 커진다. 특히 젊은 나이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즉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폐경 여성 주의해야

성인병이 있는 사람 중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특정 식품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 음식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한 과장은 "콜레스테롤은 80%가 체내에서 만들어지고, 음식을 통한 섭취는 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즉 고지혈증은 유전적 또는 체질적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많이 합성돼 생기는 경우가 많고, 그 외 식사와 체중, 신체활동 등과 같은 생활 습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또한 나이와 성별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서 남녀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지만, 특히 여성은 폐경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2012~2016년)간 건강보험 적용대상자 중 고지혈증 질환으로 요양기관을 이용한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전체 진료인원 177만 명 중 남성은 70만 명, 여성은 107만 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37만 명 더 많았다.

특히 건강보험 적용인구 10만 명당 고지혈증 진료 인원을 성별로 분석한 결과, 10대부터 40대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았지만, 50대 이상에서 여성이 더 많았고, 특히 60대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약 2배에 이르렀다. 60대 여성은 100명 중 13명이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과장은 "폐경 이후 호르몬 영향으로 여성 고지혈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하지만 남성이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 음주나 흡연,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성인병에 시달리는 남성이 많으므로 남성도 충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원파티마병원 심장내과 한양천 과장. /이원정 기자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조절해야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때는 이미 심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고지혈증 진단은 혈액검사로 간단히 할 수 있다.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과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측정해 고지혈증을 진단한다.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 40㎎/㎗ 미만은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 40~60㎎/㎗는 보통, 60㎎/㎗ 초과는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로 본다.

단순하게는 총콜레스테롤 수치만 측정해 200㎎/㎗ 미만은 양호, 200~239㎎/㎗는 주의, 240㎎/㎗ 이상은 고지혈증 위험이라고 파악하기도 하는데, 이 수치만 가지고 치료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치료 목표는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이다.

그런데 고지혈증 치료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개개인의 심·뇌혈관 과거력, 나이, 고혈압, 당뇨병,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에 따라서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목표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한 과장은 "특정 기준을 넘어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약을 투여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고혈압이 있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 당뇨나 이미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매우 낮게 조절하면 추가 합병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고지혈증 약을 바로 투약한다"고 설명했다.

심혈관 위험 인자가 없으면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운동요법이나 식이 조절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하고 경과를 지켜본다.

약을 먹어 정상 수치가 되면 약을 끊어도 될까.

한 과장은 "고지혈증 약은 혈관 내에 문제가 생긴 것을 더 악화 안 되게 하거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약을 2~3개월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데, 이때 약을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효과를 보려면 장시간이 필요하다. 약을 안 먹으면 다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또 약을 먹고는 끊는 되풀이가 될 수 있다. 심·뇌혈관 질환이 있으면 평생 약을 먹는 것이 도움되고, 그러한 위험이 없다면 경과를 지켜보며 서서히 약 용량을 줄이거나 유지용량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Q&A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위해 특정 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도움이 되나.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방법으로 알려진 것은 딱 2가지뿐이다. 바로 운동과 소량의 술이다. 술은 해당 주종 잔으로 딱 한 잔이다. 하지만 술은 쉽게 절제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고지혈증 예방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운동이다."

-약으로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는 없나?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약이 활발히 개발되었지만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아직까지는 그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약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가지만 심혈관 위험률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 오메가-3 지방산의 경우 건강식품 형태로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크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경우는 별로 없다."

-건강을 위해 아몬드와 올리브유와 같은 불포화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 있다.

"뛰어난 효과는 없고 미묘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러한 것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모든 것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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