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수사본부 브리핑…방폭등 방폭 기능 없고, 환기 시설 기준 절반
숨진 노동자 소속 업체…사고 나자 점검 대비해, 근로계약서 허위 작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당시 방폭 기능이 전혀 없는 방폭등 제품이 사용됐고, 환기시설도 기준치 절반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숨진 '물량팀' 노동자의 근로계약서 모두가 위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비 아끼려다 사고 났나 = STX조선 폭발사고 수사본부는 5일 창원해양경찰서 5층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정례 브리핑을 했다. 이날 사고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방폭등에 폭발을 방지하는 방폭 기능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잔유보관 탱크(RO탱크) 내 방폭등 4개가 모두 방폭 기능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STX조선 측이 하청업체에 방폭 기능이 없는 제품으로 교체해 사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원청인 STX조선이 필요한 물품을 한 업체를 통해 구매했고, 또 다른 ㄱ업체가 구매한 물품으로 방폭등을 유지, 보수, 관리해왔다. 애초 방폭 기능이 있는 방폭등 완제품을 구매하면 18만∼19만 원이 드는데, 작업 시 전구를 감싸는 유리만 교체하면 경비가 대폭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수사본부는 "도장작업을 하다 방폭등에 스프레이를 뿌리다 페인트 등으로 조도가 낮아지면 교체해야 한다. 유리만 교체하면 평균 1만 8000원 정도 든다. 방폭 기능이 있는 유리는 3배 정도 비싸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 유리 부속품만 구입해서 썼다. 유리 교체 시 방폭등 전문가가 방폭 기능이 있는 유리로 교체해야 함에도, 경비를 줄이고자 비전문가가 방폭 기능이 없는 유리로 교체했다"고 했다.

사고 당시 깨진 방폭등은 2007년 이전에 생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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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폭발사고가 난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내부 12m 아래 잔유 보관 탱크(RO 탱크)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깨진 방폭등./경남도민일보DB

◇환기 시설 기준에 미달 = 수사본부가 작업 탱크 내 배기관, 흡기관을 조사한 결과, 자체 작업 표준서(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밀폐공간인 탱크에 가스를 빼내는 배기관 4개, 공기를 불어넣는 흡기관 2개가 필요했지만, 배기관 2개, 흡기관 1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배기관 2개, 흡기관 1개로 모의실험을 한 결과 환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 설치된 시설로는 환·배기가 되지 않아서 가연성 가스 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공기 배기·흡입관은 원청인 STX조선해양 도장팀에서 관리한다. STX조선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도 배기관 4개, 흡기관 2개로 정해져 있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근로계약서 위조 혐의로 추가 입건 = 수사본부는 지난달 20일 사고 당일 하청업체인 ㄴ사가 고용노동부 점검에 대비해 RO탱크 폭발사고로 숨진 노동자 4명을 포함해 하청업체 직원 37명의 근로계약서를 위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업체 경리직원 1명과 이를 도운 지인 1명 등 2명을 추가로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본부 측은 "숨진 노동자를 포함해 하청업체 노동자는 근로계약서 없이 급여만 하청업체 ㄷ사에서 받았다. 물량팀 도장공 37명의 고용 계약을 경리직원이 지인과 함께 위조했다. 고용부에서 고용 관계를 제출하라고 하니까 모두 위조해서 만들었다. RO탱크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일한 슬롯탱크 노동자의 근로계약서도 작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다음 주쯤 국과수 감식결과 등을 토대로 신병처리 등과 관련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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