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한 마디에 백수로…고달픈 정당인의 삶
자유한국당 당직자들 정규직 비율 높아

지난달 30일 윤태욱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조직국장은 '경남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의 첫 업무가 사회초년생 청년 당직자 해고인가?'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글의 주요 요지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권한대행이 된 민홍철 의원에 의해 사실상 해고됐다는 것이다. 윤 전 국장에게 전화로 문의해 본 결과 애초 당직자가 될 때부터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 뿐 아니라 다른 정당의 당직자들은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역당은 비정규직, 중앙당은 정규직 다수 = 민주당에 오래 몸담았던 이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번 윤 전 국장 사건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경남도당 위원장이 바뀌면 전임 위원장의 수족인 도당 당직자가 교체되는 건 늘 있어왔던 일이라고 한다.

차용종 민주당 경남도당 공보국장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2년마다 시·도당 개편대회를 여는데, 이때 도당 위원장이 바뀌면 당직자들도 자연히 바뀐다"고 했다. 또한 "게다가 시·도당 개편대회는 큰 선거를 앞두거나 혹은 선거 직후에도 열리기 때문에 실제로 도당 위원장은 더 자주 바뀌게 된다"고 했다.

결국 당직자도 위원장이 자주 바뀌는 만큼 계속 교체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직을 맡았다 나중에 다시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번에 민주당 경남도당 당직자로 들어온 차 국장과 허동출 정책실장도 과거 도당 당직을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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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욱 전 민주당 경남도당 조직국장./윤태욱 페이스북

경남도당 당직자의 급여는 어느 수준이 될까? 윤 전 국장에 따르면 월 평균 200만 원 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출장이 있을 때는 실비를 도당에서 챙겨줬다고 한다.

윤 전 국장이 27살 사회초년생임을 감안하면 경력직 당직자들은 조금 더 급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 당직자로 임용된 한은정 창원시의원은 "당시 공모를 통해 채용되었고, 받은 급여는 월 평균 150만 원 정도로, 2년 계약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정당은 어떨까? 정의당 경남도당 당직자의 경우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2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한다고 한다. 급여 수준은 월 평균 180만 원 안팎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도당 사무처장이 없어 당직자 인선 중이며, 정의당과 비슷한 급여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경남도당 당직자 가운데 정규직은 전혀 없을까?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당직자는 다수가 정규직이고 일부 계약직이 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정규직 당직자들은 경남도당에서 일하다 중앙당이나 타 시·도당으로 옮기면서 정년(만 55세)을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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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29일 새누리당 경남도당 신임당직자 임명장 수여식 모습./경남도민일보DB

민주당 경남도당 사무처장도 정규직이다. 민주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보통 중앙당 당직자 가운데 국장·부국장급이 발령받는다.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타 시도 사무처장을 하거나 중앙당 당직을 맡기도 하며, 정년도 만 55세로 자유한국당과 동일하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도당 사무처장은 사실상 계약직이다.

시·도당 당직자와 달리 중앙당 당직자는 정규직이 다수다. 또한 공무원과 비슷한 직급, 호봉 체계를 갖고 있으며 민주당, 자유한국당, 정의당은 노조까지 구성돼 있다.

민주당 당직자 노조 관계자는 "6년 전에 노조가 설립됐으며, 신입 당직자의 경우 9급 공무원과 비슷한 대우를 받으며, 도당 사무처장급 간부 당직자의 경우 연간 실 수령액이 4000~5000만 원 정도 된다"고 했다. 당직자 노조는 매년 당 대표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한다.

◇"생활형편 어려워 브로커 짓도" = 급여를 받는 경남도당 당직자의 인원은 3명(정의당)에서 6명(자유한국당) 사이다. 하지만 경남도당에서 직함을 갖고 있는 정당인은 훨씬 많다. 우선 도당 위원장이 있으며, 도당 부위원장들이 여러 명 있다. 그리고 노인위원장, 여성위원장, 대학생위원장 등 상설위원장도 근 10여 명에 달한다. 게다가 시·군 단위 지역위원장과 윤리위원장 등 특위 위원장도 있다.

각 정당에 문의해 본 결과 이들은 급여는 물론이고 교통비 등 활동비도 거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도당 위원장은 활동비를 지원 받는다.

시·군 지역위원장의 경우 현직(국회의원, 도의원, 시·군의원 등)인 경우는 조금 나은 편이다. 사무실도 있을뿐더러 자체적으로 행사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시·군 지역위원장이 별 다른 수입구조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지역위원장이 당원강연회 따위의 행사를 열면 도당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행사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들 위원장에게 제한적이나마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남현 창원시마산합포구 지역위원장의 경우 얼마 전부터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리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통 1~2년 안에 자리를 비워줘야 하며, 그 동안 '지역민원 해결사'로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닦아야 한다.

민주당 경남도당 사천시남해군하동군 지역위원장인 고재성 씨는 "정당생활을 만 13년 정도 했는데 급여를 정기적으로 받고 일한 적은 한 5년 남짓 된다"고 밝혔다.

이렇듯 지역 정당인 가운데 안정적인 수입구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모 정당 관계자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를 받거나 선거판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자기 몫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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