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협동조합 '예술나무'와 동행
반찬 가득한 정식 삼겹살 풍미 넘쳐
고소함 일품인 국수 '후루룩'

"얼씨구나, 지화자 조오타. 어무이들 박수 쳐주이소."

8월 마지막 날, 합천 초계시장이 아침부터 들썩거렸다. 합천군 동부권에 속하는 초계시장은 면 단위 소규모 시장이다. 매월 5일과 10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지난달 30일에 열렸어야 할 장은 31일에 섰다.

이곳에 '문화예술협동조합 예술나무'(이하 예술나무·대표 노정욱)가 '통 TONG 난장'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사업에 참여해 공연과 문화여행, 영화상영 등을 한다.

오전 10시 시장 안 너른 공터에서 풍물길 놀이, 난타, 인형극 공연이 한창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삼삼오오 짝을 맞춰 택시를 불러 장을 보러 온 어르신들이 까만 봉지를 의자 옆에 두고 흥겨운 노래에 어깨춤을 췄다.

합천 초계시장 모습. 5, 10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노정욱 대표는 "오는 11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초계시장을 찾아 문화가 있는 날을 펼칠 것이다"고 했다.

이 중 '합천 초계 맛집을 찾아서' 프로그램이 궁금했다. 말 그대로 시장 맛집을 탐방하는 것이란다.

이날 맛난 시장 취재차 동행했다. 예술나무는 사전 신청을 받은 지역민과 함께 점심때 맛집으로 향했다. 합천 원경고등학교 학생들, 문화장터에 수제지갑 등을 팔러 온 작가가 함께했다.

"고깃집인데 정식이 훌륭하답니다."

돈먹쇠숯불갈비 정식. 이날은 돼지등뼈해장국이 나왔다.

'돈먹쇠숯불갈비'로 향하는 길에 이번 문화가 있는 날 해설을 맡은 오종식(57) 씨가 말했다.

초계시장에서 축협 방면으로 도로 하나를 건너면 보이는 식당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할머니 10여 명이 점심을 먹는다. 분명히 고깃집인데 상에는 밥과 국, 반찬들이 가득 차려져 있다.

안상기(62) 주인장은 인원을 확인하더니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9명."

곧 밑반찬이 나왔다. 양념게장, 낙지젓갈, 콩조림, 오이지, 두부양념구이, 겉절이, 김치. 이어 바삭하게 구운 꽁치가 코를 킁킁거리게 했다. 손님마다 뜨끈한 밥과 돼지등뼈해장국이 놓였다. 일제히 "아"라는 탄성이 나왔다.

"해장국이 너무 푸짐해요. 대체 얼마예요? 창원에서는 이 가격에 이렇게 못 먹죠. 맛도 좋습니다. 맛집 탐방하길 잘했네요."

박미경(45) 씨가 연방 감탄을 하며 숟가락질을 했다. 돼지등뼈해장국은 묵직함과 느끼함을 버리고 시원하고 깔끔함을 자랑했다. 야들야들한 등뼈 살을 잘 발라 주인장이 직접 농사지은 쌀밥에 얹어 먹었다. 두툼한 고기 덕에 몇 숟가락 만에 속이 든든해졌다.

동원가든에서 맛본 삼겹살.

"여기서 2㎞ 정도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지예. 도정도 직접 한 쌀입니더. 반찬은 안사람이 다 합니더. 고추도 직접 농사지은 건데 맛보이소."

합천 토박이라는 안 주인장은 합천군에서 착한가게업소로 선정됐고 다른 식당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점, 소주도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을 쑥스럽지만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안 주인장은 문을 닫는 날은 거의 없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고된 인부들과 면을 찾은 어르신들을 맞는다고.

푸짐한 정식을 맛보고서 맞은편 '동원가든'으로 향했다. 예술나무 집행부가 공연, 문화장터를 끝내고 식사를 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원가든 역시 초계시장 맛집으로 이름난 곳. 한우로 유명한 합천군답게 소고기를 주메뉴로 삼는 집이었다. 그런데 테이블마다 메뉴가 가지각색이다. 김치찌개, 소고기찌개, 삼겹살까지.

"우리는 이 손님들만 받으렵니다. 취재는 쫌 그래예. 사진만 찍어가이소."

동원가든 주인장이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도, 취재에 응하기도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잘 차려진 음식은 찍어도 된다고 했다. 가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동원가든에서 맛본 것은 삼겹살. 예술나무의 상차림에 젓가락만 살짝 얹었다. 고기와 비계 비율이 좋은 삼겹살은 육즙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잘 익은 김장김치로 돌돌 말아 한입 하니 그대로 퍼져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

하지만 시장 앞 국수가 유명하다는 말에 다시 일어섰다.

"간판이 아마 없을 겁니다. 그냥 국수 잘하는 곳이래요. 가보세요. 돈먹쇠숯불갈비 바로 옆집이랍니다."

고소한 국수.

예술나무 집행부와 인사를 나누고 왔던 길을 되짚었다.

"맛집으로 나가면 혼자 일을 못 쳐내요. 정말 고마운데 괜찮습니더. 아, 어르신 뭐 드려요? 소주 드릴까예?"

국숫집 주인장도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뜨끈한 물국수를 말아 주었다. 노란 면에 호박과 달걀 지단, 김이 올려진 소박한 국수. 참기름이 한 방울 들어간 덕에 진한 멸치 육수에 고소함이 더해졌다. 또 잘 삶아진 소면이 먹는 맛을 더했다. 이날 만난 손님 모두 어르신들이었는데, 후루룩 후루룩 잘 드셨다.

맛집 세 곳을 돌고 초계시장 정문에 섰다. 아직도 해가 머리 위에서 쨍한다. 그런데 시장은 조용하다. 보통 오후 2시가 되기 전 파장을 한다고 과일트럭 장수가 알려준다.

오후 2시, 볼록 나온 배를 손으로 통통 치며 초계시장을 빠져나왔다.

예술나무의 맛집 탐방은 다음 달에도 계속. 문의 010-6880-3976.

<메뉴 및 위치> 

◇메뉴 △돈먹쇠숯불갈비 정식 6000원 △동원가든 삼겹살 8000원(200g) △물국수 4000원

◇위치: 합천군 초계면 내동아막길 3(5, 10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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