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전에 소개팅을 했다. 오랜만의 소개팅이라 한껏 차려입고 나갔다. 결과는 실패였다. 중요한 것은 '새 옷'이 아니었다.

옛 번화가 1번지 마산 창동도 최근 새 옷을 입고 있다. 창동거리길, 불종거리, 상상길, 부림시장까지 합해 약 48억 원을 들여 길바닥을 뜯어내고 다시 만들고 있다. 공통적으로 '걷고 싶은 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지난 2010년부터 도시재생사업에 약 470억 원을 들였고 창동 유동인구가 지난 2013년 13만 명에서 2016년 30만 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또 지역상권 매출액은 같은 기간 395억에서 573억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상인은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허구한 날 공사를 하는데 불편해서 오겠나. 유동인구가 늘기는커녕 줄어든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온다. 마산지역 곳곳에서는 재개발사업이 한창이다. 사실 한창은 아니다. 지난 2005~2007년 시작된 마산지역 재개발사업 18곳 중에서 준공된 곳은 1곳, 공사를 시작한 곳도 1곳에 불과하다. 낡은 주택과 노후한 지역에 새 옷을 입히기 위해 10여 년을 끌었지만 들리는 것은 주민들 신음뿐이다. 동네에서 최소 10년 이상 살다 낮은 보상가로 쫓겨나다시피 한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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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창동이 그저 '예쁜 길', 마산지역 주택가는 일률적인 '아파트숲'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정확히는 그 때문에 발길을 끊는, 쫓겨나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날 것 같아 걱정된다. 수억을 들인 걷기 좋은 길보다 창동 특유의 '물떡볶이' 한 그릇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다.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다져야 할 때이다. 나도 더 이상 소개팅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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