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현장을 가다] (1) 정비구역 해제된 교방 2구역

창원 교방2주택재개발사업구역이 사실상 정비구역에서 해제됐습니다. 창원지역에는 주택·도시환경 재개발사업이 모두 27곳에 펼쳐졌고 현재 6곳이 해제됐습니다. 가장 빠른 곳은 진해구 병암구역이 2004년 2월 추진위원회 승인으로 시작됐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재개발구역 곳곳에서 주민의 신음 소리가 들립니다. 이에 재개발이 멈춘 곳과 반대가 극심한 곳 이야기를 2차례로 나눠 짚어봅니다.

지난달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이 무산됐다. 2006년 9월 추진위원회 구성으로 시작된 재개발사업이 11년 만에 정비구역 해제로 끝났다.

올해 1월 시작된 싸움이었다. 재개발 문제점을 느낀 황회룡(64), 고효인(73), 김인식(76), 변도환(60), 강영길(52), 김미순(46), 배종혁(56) 씨 등 10여 명은 조합원 414명 중 230명을 설득해 지난 6월 9일 창원시에 정비구역 해제를 신청했다. 이들은 3일 오후 동네 한 식당에서 자축 파티(?)를 벌였다. 모두 운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스스로와 이웃을 위해 집을 지키겠다는 노력이 있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 재개발구역.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동네 사방이 재개발, 답이 없더라" = 반대 주민은 주변 재개발 상황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교방2구역 주변에는 교방1, 교방3, 회원1, 회원2, 회원3, 회원4 등 재개발구역이 밀집해 있다. 모두 2005~2007년 사이 비슷한 시기에 추진위가 구성됐다. 다만 회원1·2·3구역은 벌써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철거가 진행되고 있어 비교적 사업 속도가 빠르다.

교방2구역 주민은 주변지역 재개발사업을 보면서 애초 '집 한 칸'을 공짜로 준다는 말은 거짓이었다고 판단했다.

황 씨는 "작년 12월쯤 인근 구역에서 보상감정이 3.3㎡당 300만 원대로 나왔는데,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800만~900만 원 사이로 3.3㎡당 500만~600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하는 것을 보고 암담했다"며 "자식들 다 출가하고 혼자 사시는 어르신은 대체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구역 지정되자마자 집값도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쉽지 않았던 50% 서명 = 정비구역 해제 소식이 전해지자 황 씨 등이 동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고맙다'라고 했다.

정비구역 해제 신청에 최종 유효 서명은 228명(55.47%)이었다. 조례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 과반을 확보하면 정비구역 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서명하지 않은 184명에는 조합 임원과 대의원이 30여 명, 구역에 실제 살지 않는 사람이 100여 명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서명했다가 불이익을 받게 되진 않을까 망설이는 사람이 50여 명이었다.

변 씨는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곧잘 해주더니 180명쯤 되니까 조합 측에서도 반대 서명을 못하게 하려고 매몰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자 사람들이 망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어르신이었는데 잘 모르겠다고 아들하고 상의하라해서 아들한테 갔더니 아버지하고 얘기하라고 했다"면서 "당신 집 지켜주겠다는 것인데 다들 '마, 내는 모르겠소'할 때 참 답답하고 내가 이 짓을 왜 해야 하는지 서럽고 좀 그랬다"며 술잔을 들이켰다.

김미순 씨는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 마음은 대부분 반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종혁 씨는 "해제되고 오히려 집값 올랐다는 사람도 있다"며 "감정가 1억 중반대로 예상했던 한 할머니는 2억 좀 넘게 집을 팔았다"고 말했고, 듣고 있던 변 씨도 "우리 빌라에도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거들었다.

◇우리동네 끝까지 지켜보자 = 재개발 반대에 가장 앞장섰던 황희룡 씨는 다른 이들에게 동네를 위한 '공동체'를 제안했다.

전체 주민 중 반대 서명은 절반에 불과했지만 이웃 간 감정의 골이 크게 파이거나 하진 않았다. 황 씨는 "서로 모르고 지내던 이들이 이렇게 만나 함께 공동의 문제를 잘 풀었다"며 "앞으로도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교방2구역에는 앞으로 매몰비용 문제가 남았다. 약 15억 원이다. 시공사는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 조합 임원·대의원 등을 상대로 재산 가압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김미순 씨는 지난해 구암1구역 사례와 '매몰비용 70%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창원시 조례에 기대를 걸었다. 구암1구역은 지난해 12월 창원시가 중재에 나서 재개발 사업 매몰비용 27억 5500만 원에 대한 채권을 전액 손금산입 처리했다.

이 밖에 교방2구역은 그동안 재개발구역으로 묶여 있어 도시가스·소방도로·가로등 등 도심 정비를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이 부분도 차근차근 풀어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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