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규탄한 교사선언은 경남도의 고발로 사건화된 것이지만 원인제공자인 홍준표 전 지사가 사퇴하고 권한대행체제가 들어서면서 화해와 소통의 도정시대가 열림에 따라 없던 일로 처리되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2년 넘게 끌어온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된 8명 전원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구형한 사실이 밝혀져 탄식을 금치 못하게 한다. 담당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검찰이 태도를 굽히지 않고 법원이 영향을 받는다면 그들 교사가 전과를 둘러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1100명이 넘는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공무원법상 금지규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되는 것은 순간이다.

홍 전 지사가 선별복지론을 앞세워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의 학교 무상급식을 파탄 낸 이후 학부모와 도민들의 저항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했지만 그중 인상을 가장 깊게 했던 사례가 교사들의 규탄선언이었음이 기억에 새롭다. 왜인가하면 교사 규탄선언의 핵심적 배경이 '급식도 교육이다'는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학교급식이 교육 일부로 편입돼 나쁘지 않은가. 그것은 급식현장에 가보면 금방 드러난다. 가정형편에 따라 밥값을 차등 매김하거나 극빈 가정 자녀의 경우 공짜로 먹게 되면 경제적 신분차이가 드러나 어린 급우들 사이의 정서형성 내지 교우관계에 혼란이 올 게 뻔하다. 그러므로 평등한 무상급식은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필요불가결의 조건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사정이 그와 같은데 교사들이 침묵한다면 그게 더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기 알맞다.

검찰은 법대로 했을 뿐 배타적 선입견은 없다며 당당해할지 모르겠다. 아울러 그런 주장을 반박할만한 합리적 논점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기계적 법리에만 묶여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고 하지 못한다면 어찌 사람 사는 사회라 할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라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만일에 그들 교사나마 세상을 향해 검은 것은 검다 하고 흰 것은 희다고 감연히 부르짖지 않았다면 관료독재는 아무 장애도 받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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