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식 씨 '사주 지시 정황 및 대화' 녹음 파일 5개 제공
해당 당사자 대부분 사실 부인 확인 미뤄…경찰 수사 착수

'권민호 거제시장 조폭에 정적 제거 사주' 주장을 두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명식(명호) 씨의 녹음파일이 '판도라 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권 시장이 자신을 사주했다'며 거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장 씨는 사주 지시 정황과 사주 대상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했다. 그가 제공한 파일은 모두 5개다.

첫 번째 파일은 지난 6월 7일 오후 3시 55분 권 시장 측근으로 거론되는 ㄱ(전 거제시의원) 씨와 그의 집에서 나눈 대화로 10분가량이다.

녹음파일에서 ㄱ 씨는 "해경에서 (지심도∼지세포 유람선) 허가가 안 나는 거라.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거제시 해양)항만과에서 어떻게 허가를 낼지 계속 쫓아다니는 거라. 시장 이야기는…. 관광공사에서 허가를 내고 지분을 참여하는 것으로 40대 40 등으로 지분을 나누고, 우리 배를 관광공사에 넣어주고. 시장 복안이 뭔가하면 너희와 살짝해서 (다른 사람이 지분 참여를 못하게) 문을 잠가버리는 거라. 그래서 제발 너 보고 하는 이야기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약속한 사항인데 하겠다. 이것이라"고 말한다.

김해연(민주당) 전 도의원을 만나는 부분에 대해서도 ㄱ 씨는 "내가 오늘 너에게 특히 김해연 관계는 너무 서두르지 마라. 상황을 보면서"라고 주문한다.

이에 장 씨는 "오늘은 밥만 먹고 헤어질 것이고…. 돈은 준비해 가지고 있거든. 분위기 봐서 이 정도는 줘도 되겠다는 감각이 오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한다.

또 ㄱ 씨가 "시장 이야기는 너희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알고 있어"라고 말하자 장 씨는 "오늘 김해연 (만나러) 가는 것 이야기했지요"라고 되묻는다. ㄱ 씨는 "안 했다. 그런 것까지 이야기하면 안 그렇나? 시장님에게 미리 계획을 이야기하면 공모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답한다.

두 번째 파일은 같은 날 오후 7시 옥포1동 한 식당에서 김해연 전 도의원과 한기수(노동당) 거제시의회 부의장, 장 씨의 대화가 녹음된 16분 분량이다.

특히 장소를 옮겨 옥포2동 한 룸살롱(단란주점)에서 나눈 세 번째 녹음 파일에는 금품을 전달하려는 상황이 들어 있다. 이 세 번째 파일은 오후 8시부터 1시간 53분가량 녹음됐다.

이 자리에서 장 씨는 룸살롱 직원에게 100만 원을 찾아올 것을 시킨 뒤 이를 김 전 도의원에게 전달을 시도한다.

장 씨는 "용돈 해라. 이 정도는 된다. 맛있는 것 사먹어라. 맛있는 것. 각시(아내)도 맛있는 것 사주고"라고 말하고 김 전 의원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형님"이라며 몇 차례 거부하다 "알겠습니다. 형님"이라고 답한다.

네 번째 파일은 6월 21일 오후 7시 14분 한 부의장과 장 씨가 옥포2동 한 식당에서 나눈 13분간의 대화가 녹음된 것이다.

장 씨는 "(네가) 한 2억만 (시기를)당겨 달라고 부탁하니까 너의 부탁을 들어줄게. 9월 말까지 당겨줄게. 그러면 됐나. 변광룡과 자리 한번하자"고 말한다.

이에 한 부의장은 "그 정도 자금이 있으면 저는 (선거에서) 됩니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형님이 총알을 지원해 주시는데 제가 총알 받고 싸우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한다.

마지막 파일은 지난 6월 27일 오후 6시 43분 변광룡 민주당 거제당협위원장과 한 부의장, 장 씨가 거제 모 일식집에서 1시간 4분 동안 나눈 이야기가 녹음돼 있다.

이 자리에서 장 씨는 "너 술 먹고 음주운전 하지 마라. 대리비 줄게 10만 원씩이다"라고 말한다. 한 부의장은 "대리비 만 원밖에 안 하는 데 뭐 10만 원 줍니까"라고 답하고 변 위원장은 "아니 형님 됐습니다. 대리비 있습니다. 형님"이라고 한 뒤 "알겠습니다.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다.

시간이 좀 지난 뒤 장 씨는 "나는 처음 만나도 옷을 잘 사준다. 나는 스타일이 특이하다. 이거 100만 원 용돈 해라"고 말하자 변 위원장은 "형님, 형님, 아닙니다"라고 거절한다. 그 사이에 한 부의장이 "(장 씨가 당신의)학교 선배라. 학교 선배 허허허"라고 거들고, 다시 장 씨가 "인마 봐라. 맛있는 것 사먹어라. 기수 이거는 안 줘도 된다. 많이 준다"고 말한다. 이에 변 위원장은 "아 예 형님"이라고 답한다.

또 대화 속에서는 장 씨가 한 부의장에게 '63만 원짜리' 명품 안경테를 제공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한편, 장 씨는 1인 시위 당시 김 전 도의원과 한 부의장에게 각각 1000만 원씩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 씨는 녹음파일에 나오는 100만 원은 추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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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조직폭력배라고 밝힌 장명식 씨가 지난 30일 오전 거제시청 앞에서 권민호 시장 사과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당사자들 대부분 답변 미뤄…도경찰청 직접 챙겨

장명식(명호) 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대해 해당 당사자들은 대부분 사실을 부인하거나 확인을 미루고 있다.

녹취록에 담긴 100만 원 수수 정황에 대해 김해연 전 도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되돌려 줬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또 보도자료를 통해 "있지도 않은 사실들이 말로 만들어져서 한 개인의 인권과 명예가 무참하게 훼손됐다"며 "모종의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고도 감히 주장한다. 장 씨 말이 사실이라면 저는 모든 공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수 거제시의회 부의장은 "그 사람이 돈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자꾸 돈을 준다고 하니 우스운 일이잖아요. 있으면 달라고 웃으면서 농담으로 맞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테와 대리운전비, 향응제공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지만 금품(1000만 원)을 받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술 먹고 밥 먹고 한 것은 있었던 사실이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을 줬다고 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변광룡 민주당 거제당협위원장은 "녹취록은 들어보지 않아 정확한 판단이 안 된다"며 "오는 4일에 사실 진위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명을 미뤘다.

ㄱ 전 거제시의원은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기수 부의장과 김해연 전 도의원은 1일·8월 31일 각각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장 씨를 고소했다.

현재 이 고소 건은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맡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역 정가가 크게 술렁이는 사안인 만큼 수사를 거제경찰서에 맡기지 않고 경남청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고소 건이 권민호 거제시장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지도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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