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이 작가들이 사는 법
5월 진주 찾은 작가 5명 동료·지역민과 소통 시간
아픔·가벼움·기억·치유 등 저마다 주제로 창작 몰두

진주 정수예술촌이 젊은 작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까?

지난 27일 정수예술촌이 활짝 열렸다. '2017 정수예술촌 레지던스 프로그램' 오픈스튜디오가 진행되던 날 감성빈, 박도현, 박염지, 이유라, 장두영 작가가 동료와 지역민 앞에 섰다.

대부분 30대인 작가 5명은 지난 5월부터 진주에 머물며 창작에 열을 쏟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작업을 이어가거나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달라진 주제를 잘 표현하려고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이날 오픈스튜디오는 작가들의 작업 진행 과정을 알리는 자리였다. 또 작가 작업실을 개방해 관객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먼저 감성빈 작가가 바닥에 세워둔 조각, 벽에 내건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회화, 조각, 채색 순으로 작업합니다. 때로는 그림만 그리기도 하고요. 제 주제는 아픔, 상처, 치유입니다."

감성빈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심이성 정수예술촌 대표가 "슬픔의 모티브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감 작가는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님을 옆에서 오랫동안 바라봤다. 자연스레 그 슬픔이 가슴에 박혔다"고 답했다.

감 작가는 최근 몇 년간 선보였던 인물 조각에서 벗어나 외국인을 그리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어두워 보이지만 따뜻함을 품고 있다.

그 맞은편, 장두영 작가가 섰다.

장 작가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물으며 답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시대에 회화는 무엇일까 고민한다.

"'뉴 브러쉬'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물성만 있어도 회화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탄생했습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물성이 뭘까 고민했고,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다원주의에서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붓칠합니다."

그는 두꺼운 선 안에 혼재한 색이 돋보이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인다.

또 다른 작업실 문이 열렸다. 박염지, 이유라, 박도현 작가가 각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박염지 작가는 가벼움에 몰두한다. 새로운 것은 착각이라고 말하며 유명 영화나 캐릭터를 빌려 그림을 그린다.

"주제 자체가 가벼워서 아크릴물감을 씁니다. 유화보다 깊이가 덜하고 빨리 마르죠."

그녀의 작업실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욕망을 수수께끼-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가 톰과 제리의 '나의 치즈'가 되고 탄생국가가 다른 마징가Z와 태권브이가 손을 잡고 있다.

이어 이유라 작가가 여덟폭 병풍을 완성할 한국화를 소개했다.

"얼굴과 손이 매개체입니다. 손이 온기를 나타내는 대표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한 잎씩 감싸지는 꽃잎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림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안아주고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이 작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정수예술촌에 머물며 긴 시간 매달린다고.

마지막으로 박도현 작가가 도시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며 작품을 내보였다.

"'기억'이라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그림이 자주 변하죠. 정수예술촌에 와서도 달라졌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전원에 머무는 시간이 이질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박 작가는 초록색 들판 뒤로 빛을 그려 넣으며 지평선 너머 도시를 표현했다.

이들 다섯 명은 오는 11월까지 정수예술촌에 더 머물며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도내 어디서든 자신의 이름을 단 전시를 열고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심이성 대표는 "젊은 작가들이 열정적이고 성실하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작업에 몰두하길 바란다"며 "정수예술촌은 언제나 열려있다. 레지던스 작가뿐만 아니라 입주 작가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동진주 끝자락에 와보시라"고 했다.

한편, 정수예술촌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후원한다.

문의 010-3876-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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