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한화지상방산 폭발사고로 수주·이미지에 영향
경찰 KAI 압수수색…두산중 탈원전 정부 정책에 발동동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 수사에다가 정부 정책 변화 등으로 어려움에 빠졌거나 곤란을 겪는 경남지역 기업이 부쩍 늘었다. 바짝 엎드린 기업, 난감해하는 기업, 곤혹스러운 기업 등 그 모습은 제각각이다.

◇납작 엎드린 기업들 = 최근 사건·사고가 터졌거나 비리 수사를 받는 곳이다. 4명이 숨진 산재 사고가 난 STX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STX조선은 28일 오후 늦게 발표한 장윤근 대표이사 담화문까지 모두 세 차례 담화문을 발표하고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장 대표는 "재발방지의 하나로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종합 안전보건 활동 계획을 세우고 안전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겨우 기업 회생 조기 종결을 하고 최근 잇단 수주로 새 출발을 기대했던 STX조선으로는 최대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이후 선수금환급보증서(RG) 발급과 신규 수주에 이번 사고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회사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지난달 21일 그리스 선주 사로부터 수주한 1억 4000만 달러 규모 MR급 탱커 4척에 대한 RG 발급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직원은 방산비리 혐의로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어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직원 공사 수주 개인비리 혐의를 포착해 지난 28일 압수수색을 하자 망연자실 하는 분위기다. 하승용 전 대표이사가 사퇴할 때에는 검찰 수사가 속전속결로 끝날 것 같더니 막상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고 국토부의 항공 MRO 사업지 선정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데다가 올 연말로 예상하는 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몰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직 사장이 횡령·분식회계 등으로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은 데다가 올해 추가 자금 투입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대우조선해양도 요즘 바짝 엎드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29일 갑자기 조선소 내에 일했던 사내 하청업체 직원이 숨진 채 작업 현장에서 발견되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하청업체 직원은 한동안 조선소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이런 변이 일어났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TX조선해양 산재 사고처럼 혹여 조선소 내 비정규직 문제로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이혜훈 대표와 유승민 국회의원 등 바른정당 지도부가 방문한 한화지상방산(옛 한화테크윈 3공장, 자주포·탄약운반차 등 생산)도 몸을 움츠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강원도 철원에서 한화테크윈이 만든 K-9 자주포 내 폭발하는 사고가 나서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이 중 2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서울 경찰청, 소방방재청, 한화테크윈, 윈텍 등이 포함된 대규모 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다. 터키에 이어 폴란드·핀란드·인도까지 수출을 이어가며 '명품 자주포'로 이름을 날려온 한화지상방산으로서는 사고 결과에 따라 대외 이미지에 악영향이 받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지난 25일 손재일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는 간담회에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에 온 힘을 쏟겠다"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고 이번을 계기로 더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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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현장, KAI 사천 본사. / 경남도민일보DB

◇난감한 기업 = 두산중공업은 새 정부의 탈원전 방침에 따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뒤 재개 여부 사회적 공론화,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사실상 백지화 등으로 원전 사업 부문 기대 수익이 상당히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원전 주기기 생산과 설치가 주력 사업 중 하나인데 풍력·복합화력발전소(천연가스 사용) 등 다른 먹을거리 창출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주력 사업 매출 저하만 명확한 탓이다.

◇곤혹스러운 기업 = 원래 올해 연말이 기한이던 'K2 전차' 2차 양산분(100여 대) 납품이 늦어지면서 올해 방산 부문에서 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던 현대로템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K2 전차 최종 조립과 파워팩 조립을 맡은 현대로템은 파워팩 중 변속기 국산화를 맡은 S&T중공업이 내구도 시험에서 번번이 국방 규격에 미달하면서 올해 안 국산화한 파워팩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국내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국방 규격을 통과한 두산인프라코어가 생산한 엔진에다 독일산 변속기를 수입해 2차 양산분은 만들고 3차 때 다시 파워팩 전체 국산화에 도전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주장도 하지만 S&T중공업 반발이 예상되고, 방사청도 관련 방침을 새로 정한 게 없어 현대로템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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