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김해공항 항로 변경 민원 빗발치자 원위치로
피해 영향권 확대 가능성…시민대책위 참여창구 촉구

공군이 지난 5월 김해공항 이륙항로를 변경했다가 시민들의 반발이 빗발치자 다시 원래 항로로 되돌렸다. 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신공항 건설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이륙항로 변경 3개월간 시민들이 항공기 소음피해를 직접 체감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항정책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공군 측이 당시 이륙 항로를 변경하면서 항공기 안전성만 고려한 채 김해시민의 소음피해는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해시민, 항공 소음피해 심각성 체감 = 김해공항 항공기 이·착륙 관제를 담당하는 공군은 지난 5월 25일 항공기 이륙 방향을 김해 임호산 정상부근에서 내외동과 구산동 방향으로 운항하던 것을 5도가량 우측으로 향하는 항로로 변경했다.

이로 말미암아 항공기가 주거밀집지역 상공을 통과하게 됐고, 김해시민들의 소음피해 지역이 그만큼 확대되자 민원이 빗발쳤다.

공군은 결국 지난 16일 종전대로 항로를 되돌렸다. 3개월도 되지 않아 항로를 다시 변경해 공군 측은 스스로 신뢰성을 실추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29일 오전 김해신공항 대책위가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해시민의 실질적인 참여 창구를 마련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석곤 기자

더욱이 항공소음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한 김해시민들은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을 건설했을 때 발생할 소음 피해에 대해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륙 항로가 5도가량 바뀌었는데도 소음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만약 신공항이 건설되면 시 전체가 소음피해 영향권에 든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임호산 방향으로 향할 신공항 활주로 3.2㎞ 끝 부분이 김해시청에서 5㎞, 인구밀집지역인 내외동에서 7㎞밖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1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이·착륙하면 그야말로 시는 소음도시로 변할 게 뻔하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김해신공항 소음대책 마련, 시민 참여시켜라" = 김해공항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9일 오전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측의 일방적인 이륙 항로변경에 대해 비난했다.

대책위는 "지난 5월 25일 자로 비행기 경로가 305도에서 310도로 꺾어져 이륙해 봉황동과 구산동·장유·내외동·회현동 등 김해시 전역이 소음 피해지역으로 변했는데 여기다 김해신공항마저 건설되면 김해시민의 소음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국토부에 시민들의 소음피해 문제를 호소했고, 국토부는 주민들의 이런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공군 측의 비행경로 변경과 관련해 사전협의나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시민을 무시한 수준을 넘어서 결국 김해신공항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오후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관련 김해 사전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소음 문제로 신공항 반대 주장을 하자 마이크를 든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책위는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던 국토부 주민설명회에 대해서도 "그동안 정부의 신공항관련 추진과정을 보면 이날 사전설명회 역시 정부에서 김해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형식적인 행정절차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소음환경영향평가가 김해시민들에게 보상과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단정 짓는 용역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시민들은 현재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기본계획 수립단계 이전에 김해지역 소음영향을 조사했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한 것은 김해시민에 대한 기만정책"이라며 "김해공항 기본계획 수립과정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해시의회 조사특위도 공군 비판 = 김해시의회 의원으로 구성된 김해신공항대책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형수)도 이날 오전 10시 제3차 회의를 열어 "공군 측이 김해신공항 확장에 따른 소음문제로 시민들이 극도로 예민한 상황인데 지난 5월 시민들의 소음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행 안전성만 따져 항로를 변경했다"며 공군 관계자들을 추궁했다.

김형수 특위 위원장은 "공군 측이 소음피해를 겪는 김해시에 아무런 사전 협의나 통보조차 없이 항로를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항로변경에 따른 소음피해 대책을 제시하라"고 질타했다.

공군 측은 "기존 이륙 항로가 해군 진해관제권과 가까운 데다 안전을 위해 수년 전부터 항로변경을 검토해 결정했다"며 "소음피해를 겪는 시에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은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김해신공항 주민설명회 파행 = 이날 오후 3시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국토부 관계자와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김해신공항 추진관련 주민설명회'는 30분 만에 끝나는 파행을 겪었다.

참석한 시민들은 "국토부 관계자에게 소음피해 대책을 들으려고 했는데 소음대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해시민 소음대책 없는 사전설명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주민설명회를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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