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이사이 마주한 보물같은 공간들

진해 하면 벚꽃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봄이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드는 진해가 일본이 군사 목적으로 만든 군항 도시라는 걸 혹시 알고 있는지요. 도시계획의 시발점이자 원도심인 중앙동 중심으로 근대역사를 간직한 건축물과 시설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100 년도 더 된 시간을 거슬러 당시 풍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해 군항마을은 2014년 국가기록원 제7호 기록사랑마을로도 지정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는데요. 옛 가옥 형태를 살려 옷가게와 카페, 음식점으로 변신한 건물부터 그 시대적 배경을 그대로 담은 우체국과 마크사까지. 낡고 빛바랜 역사책 한 페이지를 장식한 흑백사진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아 참, 감상에 젖다가 자칫 일본 수탈이라는 아픔과 상처는 놓치기 쉬운데요. 풍경은 눈에 담되 잊지 말아야 할 역사는 머리와 가슴에 꼭 되새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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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도나무집: 충무로 76-1

말 그대로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곳. 팥빙수·단팥죽·커피를 파는 가게다. 같은 지번을 공유하는 보세 옷가게와 주택이 있다. 두 가게 사이로 좁은 길이 나 있고 '시크릿 가든'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개인 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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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나무집 (충무로 76-1).

(2) 문화공간 흑백: 백구로 57

고 유택렬 화백이 1955년 칼멘다방을 사들여 흑백다방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8년까지 운영했다. 지금은 유 화백 딸 경아 씨가 연주회장과 문화공간으로 쓰고 있다. 연주회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월요일은 쉰다.

(3) 군항마을 역사관: 편백로 25-1

진해군항마을을 돌려면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할 곳. 진해지역 근대역사 자료를 한데 모았다. 더불어 문화해설사로 변신한 마을주민이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공간. 친절한 설명을 듣고 군항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자. 삽화 엽서 등 기념품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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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항마을 역사관 (편백로 25-1).

(6) 새수양회관·(7)원해루: 벚꽃로 17·중원서로 52

일제강점기 적산가옥 사이로 중국 분위기 물씬 나는 건물 두 개가 남았다. 뾰족집이라 불리는 3층 건물은 꼭대기 누각이 6각형이다. 원래는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총 3채가 있었다고. 지금은 이곳 하나만 남아 식당으로 쓰인다. 중국집 원해루는 원래 한국전쟁 당시 UN군 포로가 된 중공군 장철현 씨가 '영해루'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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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수양회관(벚꽃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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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해루 (중원서로 52).

(11) 진해제과 (중원로43번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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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제과 (중원로43번길 4).

(12) 황해당인판사: 백구로 21-2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정기원 씨가 60년 가까이 손도장을 만드는 곳. 비가 새고 창틀도 비틀어졌지만 장옥거리에서 가장 빛나는 공간이다. 진해군항마을에 적산가옥이 많은 까닭을 잊어선 안 된다는 정 씨 이야기가 가슴에 꽂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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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당인판사 (백구로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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