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 결속력 다른 지역 못 따라와"

지난 2010년부터 경남도청 서울본부 근무를 시작한 최진옥(59) 본부장은 올해 두 가지 뜻깊은 일을 겪었다. 하나는 1977년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40년 만에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본부 부본부장에 이어 지난 7월 본부장에 임명된 것이다. 최 본부장은 "서울본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임무는 역시 국고예산 확보 지원"이라며 "매년 연말 국회 예산 심의가 끝나는 날까지 발로 뛰어 목표액을 초과 달성할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Q. 고향이 사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학교는 어디를 다녔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전형적인 농촌 지역인 사천 용현면 석계리에서 1958년 출생했습니다. 학교는 면 소재지에 위치한 용현초등학교와 용남중, 그리고 사천읍에 있는 사천농업고(현 경남자영고)를 졸업했구요. 당시는 '보릿고개 세대'라고 해서 농촌 살림살이가 정말 어려운 시기였기에 고등학교 진학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에 친구 10명 중 절반은 중학교 졸업 후 취업하고 대학은 정말 동네에서 1~2명 정도만 갈 수 있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어려운 형편에도 고등학교를 다니게 해주신 아버님께 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중에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좀 더 배우고 싶은 욕심으로 창원대 지방자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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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옥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 고동우 기자

가난한 형편에 고교 졸업 후 공무원이 되다

Q. 원래부터 공무원이 꿈이었나요? 경남도청은 언제부터 근무했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8살 때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교 담임 선생님이 제 형편을 알고 대학보다는 공무원을 권한 게 계기였죠. 일반 회사에 취업하려면 전문대학 이상 나와야 했으니 공무원 취업이 그나마 쉬운 길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발령지는 당시 거제군 농촌지도소 농촌지도사(국가직, 현 9급)였습니다. 그렇게 2년 2개월을 근무하다 군 복무를 하고, 다시 복직해 근무하다가 1983년 농촌지도사직을 그만두고 경남도 지방직 공무원 공채에 응시해 합격했습니다. 그 후 하동군청, 창원시청 등에서 일하다 1991년 경남도청에 전입돼 지금까지 약 26년을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은 공무원 되기 대단히 어려운데 당시는 달랐던 건가요? 왜 국가직 공무원을 그만두고 지방직을 택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쉽지는 않았죠. 농업고를 나와 일반 행정직은 어려우니까 농촌지도사직에 많이 지원했는데 졸업자가 150여 명이면 2~3명 정도만 붙을 수 있었습니다. 국가직을 그만둔 것은 연고지 배치가 안 돼서였습니다. 지방직이 되면 사천으로 발령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건데 결과적으로 뜻대로 안되고 하동, 창원 등에서 근무했죠."

Q. 서울본부 근무 전 경남도청에서는 주로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신 건가요?

"2010년 3월 사무관 승진을 하면서 서울본부에 근무하게 되었고, 그 이전에는 도청 내무국 국민운동지원과(옛 새마을과), 총무과, 민원담당관실, 지역계획과, 의회사무처, 남해전문대학, 체육청소년과, 행정과, 문화예술과, 정책기획관실(창의분권담당)에서 일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민원담당관실 여권계에서 2년이었는데, 여권 업무를 담당하면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친절한 안내에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음료수 등을 권할 때 참 행복했습니다. 안 좋은 기억도 있는데 문화예술과에 근무하던 지난 2009년 대보름맞이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를 하던 중 갑자기 불어온 돌풍과 오랜 가뭄으로 불이 나 관광객 및 현장 공무원을 포함한 6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3개월여 동안 상황실을 운영하며 매일 밤 12시 이전에는 퇴근도 하지 못하고 동분서주했습니다."

Q. 오랫동안 경남·창원에서만 근무하다 서울로 온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서울본부 근무는 자원한 건가요? 아니면….

"제가 서울본부에 근무하면서 2가지 새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첫 번째는 5급 사무관(부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제일 장기간(7년 1개월) 일한 것이고, 두 번째는 4급으로 승진한 것입니다. 서울본부 발령을 받고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 온 것이 장기 근무 계기라고 볼 수 있는데, 과거 서울본부에서 근무한 한 선배의 추천과 권유가 그 전에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매년 제가 명절 때 서울로 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또 자녀 교육 문제 등도 이점이 많다고 했거든요. 물론 경남에서만 32년을 일한 촌놈이 서울에서 잘살 수 있을까, 서울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중학교 다니던 아들이 서울에 가고 싶다고 저에게 용기를 주더군요. 뭐든 열심히 해보자, 발로 뛰어보자 결심을 했죠. 덕분에 7년 넘게 근무한 이곳 서울본부에서 4급 승진까지 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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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서울본부 신입 직원들과 함께. / 최진옥 씨 제공

경남도청-국회·중앙부처 연결고리 역할

Q. 서울본부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5년 여의도 시대 출발 이후 2001년 용산구 소재 지방행정공제회로 이전했다가 2015년 국회와 협력 강화 등 원활한 도정 지원을 위해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습니다. 사무소 명칭 역시 서울연락사무소에서 사울사무소로, 이제는 서울본부로 위상이 올라가 이를 사용한 지도 6년(2012년 1월~)이 넘었습니다. 구성원도 1~2명씩 늘어나 지금은 7명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본부는 경남 미래 50년 추진을 위한 국비 확보, 정책 홍보 등 대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회 및 중앙부처 출장 공무원 업무와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남도 관련 행사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재경경남도민회, 경남 공무원·보좌관·언론인 모임, 동우회 등 각계각층 향우들과 네트워크 구축, 애향심 고취도 주요 업무입니다."

Q. 다른 지역 서울본부와 차별화되는 경남만의 특징 같은 게 있나요?

"재경도민회지 발간을 지원하는 곳은 우리뿐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정을 홍보하고 주요 출향 인사 활동 소식 등을 전하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또 향우들과 대면 접촉을 늘리기 위해 본부 사무실 구성까지 신경 썼는데요, 서울본부에는 '본부장실'은 없고 '경남향우의방'이 있습니다. 열린 자세로 향우들의 다양한 여론을 청취하고 누구든 편히 오가며 도정 관련 의견을 밝혀주시라는 취지죠. 그러고 보면 경남도민들은 참 결속력이 강한 것 같습니다. 20개 시군 모두 자체 향우회 조직이 있는데 다른 시도에 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서울본부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요.

"서울본부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국고예산 확보입니다. 도청 기획조정실, 지역 국회의원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정부 예산안이 나오는 매년 9월부터 국회 심의가 끝나는 12월까지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목표액을 초과 달성할 때 서울본부 전 직원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국회나 정부부처 관련 업무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본부가 중간 역할을 잘 수행해 무난히 끝났을 때 흐뭇함을 느낍니다. 올해 연말에는 전임 나경범 본부장이 2013년 1월 부임한 이래 매일매일 기록한 업무일지가 책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업무 일지는 향후 예측 가능한 일을 챙기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는 서울본부 1년 농사의 이정표이자 보배가 될 것입니다."

Q. 곧 정부 예산안이 나올 텐데 올해 경남도와 서울본부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지난해 경남도는 4조 2449억 원의 사상 최대 국고예산을 확보했는데 올해는 4조 3934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항공우주산업 육성, 김천-거제 KTX 조기 착공 등 문재인 정부의 경남지역 대선 공약 예산 반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 초청 간담회, 국회의원과 예산정책협의회, 국고확보 현장 태스크포스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정부 부처나 국회의원 등의 협조가 필수적일 텐데 어려움도 많겠습니다.

"국정감사가 특히 곤욕입니다. 도청 현지감사가 시행될 경우 예상 질문지를 받아서 도청 담당 부서에 전해야 하는데 일부 의원실은 감사 당일 오전까지도 주지 않습니다. 도청에서는 그 질문지를 받기 위해, 어떤 내용이 나올까 긴장하면서 퇴근도 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서울본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의원실은 질문지 작성을 하면서 출입문을 잠그고 철야 근무를 해서, 우리도 덩달아 밤을 새우고 새벽에 질문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내년이면 정년, 남은 인생 고민할 시간

Q. 여러 자치단체장과 함께 일했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체장을 꼽는다면요.

"서울본부 근무를 하면서 김태호·김두관·홍준표 세 도지사님을 직접 모셨습니다. 세 분 중 가장 오랜 기간 모신 홍 지사(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2012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도지사로 근무하시는 동안 이전에는 겪어 보지 못한 강력한 리더십과 확실한 실적주의 인사를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많은 도청 공무원이 매력을 느꼈어요. 특히 격무 부서에서 열심히 일한 부서장과 직원들에게 특별 승진,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을 부여한 게 인상적이었죠. 경남 미래 50년 사업, 공공의료 혁신, 채무제로 등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경남도 위상을 크게 높인 존경하는 도지사입니다. 외모나 과묵한 성격만 보고 인정 없는 분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직접 모셔본 바로는 정말 인정 많고 생각도 깊고 또 항상 검소한 생활을 하시는 분입니다. 가령 서울 출장 오시면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을 경우 서울본부에서 김밥이나 도시락, 우동 등을 배달 주문해 식사를 하던 분이었습니다.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오는 진정 서민을 위한 도지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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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로부터 4급 서기관 승진 임용장을 받고 있는 최진옥 본부장. / 최진옥 씨 제공

Q. 고향이나 창원·경남은 자주 오가시는 편인가요?

"고향 사천은 명절 때 부모님 성묘나 벌초를 하러, 또 친구 또는 지인의 경조사가 있을 때 갑니다. 1년에 6~7번은 가는 거 같네요. 도청에는 공적 업무를 위해 1년에 4~5회 정도 가구요. 그 외 도청산악회 등반 등 때문에 간혹 경남을 찾습니다만 자주는 아닙니다."

Q. 서울에서 고향이나 경남 분들과 교류는 자주 하는 편입니까?

"서울본부 고유 업무 중 하나가 재경향우회 관련 업무입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향우들을 많이 만나고 대화도 자주 합니다. 특히 각 시군 재경향우회별로 개최하는 정기총회 및 체육대회 등에 참석하고 있고 각종 친선 모임과도 교류하고 있습니다. 진주지역 언론인 모임인 JJ클럽과 창원지역 언론인 모임인 무학클럽 행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Q. 정년이 코앞이겠습니다. 앞으로 삶의 계획이 있다면요.

"2018년 12월이 정년입니다. 보통 정년 1년 전에 공로연수에 들어가거나 명예퇴직을 합니다. 현재 계획은 연말에 공로연수를 신청해 1년 동안 앞으로 삶에 대해 구상해보려고 합니다. 노인복지시설 사무장 등 도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명예퇴직을 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저보다 세 살 많은 바로 위 형님이 충북 영동에 귀촌해 그곳에 황토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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