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전문가, 다단계 하청 금지·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에 따른 중대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숨졌다. 희생자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다단계 하청 '물량팀' 노동자였다. 또다시 하청 노동자가 희생당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위험의 외주화' 금지해야 = 노동계는 다단계 하청이 가능한 현행법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건설업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지정된 면허가 없는 업체에 도급 건설공사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법이 궁극적으로 조선업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 시각이다.

원청이 다단계 하청을 주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위법이 아니어서, '위험의 외주화'로 이번 STX조선 참사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STX조선 사고 조사 과정에서 원청은 선박시설 안전관리 업무까지 모두 하청업체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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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참사 수습 모습./경남도민일보DB

해경 수사본부는 원청인 STX조선이 사고가 발생한 잔유 보관 탱크(RO) 시설 안전관리 업무를 하청업체 3곳에 맡겼다고 밝혔다. STX조선이 방폭등(작업등), 작업대, 공기 흡·배출기를 설치하면, 관리는 하청 3곳이 맡아서 유지·관리했다.

밀폐된 공간 작업시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작업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지정하고 외부에 배치해야 하지만, 사고 당일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원청이 안전관리 업무를 외주화한 후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현실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상완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험한 일을 외부화하면 책임 소지가 불투명해지고, 관리가 잘 안 된다. 위험 관리를 내부화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했다.

물량팀 등 다단계 하청 구조를 전면적으로 없애기가 어렵다면, 이들 노동자 존재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헌 거제대 컴퓨터·조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창원, 거제, 울산, 목포 등 조선소에서 일하는 물량팀 노동자가 4만∼6만 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하도급, 협력업체에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다단계 하청 구조 마지막 단계인 물량팀도 법 테두리 안에서 보장받을 수 있게 업무를 인정하고 처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남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사무관도 "'물량팀'이라 불리는 영세 재하도급업체 노동자 보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원청이 하도급 계약할 때 '단가 후려치기'는 제재가 되지만, 재하도급 자체를 금지하는 법은 없다. 건설업은 면허에 따른 공정이 정해져 있어서 부적정 업체가 공사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은 면허에 따른 생산 체계가 법제화돼 있지 않아서 현재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모색 중이다"고 설명했다.

◇원청 대표자 처벌해야 =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원청에 더 많은 책임을 지우고 안전관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내년 하반기부터 산업재해 사망사고 때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업체도 하청업체와 똑같이 처벌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빨리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작업현장에서 안전조치 미이행 시 하청업체와 같이 원청에도 7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노동자는 여기에 더해 원청 대표자 처벌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창남 금속노조 노안부장은 "STX조선 사고는 위험 작업을 하는데, 안전관리 시스템이 무너져서 발생했다. 원청이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체계가 조선소에서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라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가 또 발생한다. 원청사 대표에게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 재해가 생기면, 원청사 대표를 처벌하는 법인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추진하고 있다. 원청사가 명확하게 책임지는 형태가 돼야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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