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의 폭발 사고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다단계 하청구조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1차 하청 업체는 숨진 노동자들에게 송기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당시 숨진 노동자들은 방독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 정화 기능만 있는 방독 마스크와 달리 송기 마스크는 공기를 공급함으로써 유독가스와 산소 결핍으로부터 작업자들을 보호한다. 두 마스크는 가격 차이가 두 배가량이라고 한다. 이번 사고의 사망 원인이 질식으로 밝혀지고 사망자들이 착용한 마스크가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난다면 피라미드 하청 구조는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되는 셈이다.

숨진 노동자들이 소속된 2차 하청업체 대표가 1차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사실도 노동자 안전의 무방비 상태를 부르는 다단계 하청 구조의 난맥상이다. 난마처럼 얽힌 고용구조에는 이번처럼 치명적인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서로 소속이 다른 노동자들이 한 작업 공간에서 일하면 소통이나 협업이 원활하지 못해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 주체가 적시되기도 쉽지 않으며 은폐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원청 업체인 STX조선해양은 1차 하청업체에게 송기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물품을 줬다는 사람은 있지만 그것을 쓴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는 책임 소재를 놓고 분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청 구조가 이중 삼중으로 가지를 칠수록 인건비가 절감되고 해고도 손쉽다는 이유로 산업현장에서 선호되고 있다. 다단계 하청은 제조업뿐 아니라 운송업, 서비스업, IT산업까지 만연해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는 불법 혐의가 짙다. 하청·재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일할 때 소속과 상관없는 원청업체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사실상 불법파견이다. 이 기회에 고용부는 다단계 하청구조 실태를 전면 조사해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사내하청 간접고용 문제는 비정규직 고용 문제의 핵심 폐해 중 하나이다. 그것을 개선하기는커녕 하청구조가 3중 다단계화에 이르도록 손을 쓰지 못한 고용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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