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선고 결과 엇갈린 평가
사법부 스스로 불신 떨쳐낼 수 있기를

"피고 이재용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다."

지난 25일 오후 '세기의 재판'으로 관심이 쏠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은 이렇게 끝났다. 한 차례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지난 2월 17일 구속된 이 부회장의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모두 다섯 가지였다.

특검은 지난 8월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는 다섯 가지 혐의 사실 모두를 유죄로 본 것이다. 이에 반해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혐의 가운데 '미르·케이 스포츠 재단 204억 출연'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1심 선고 결과를 두고 정치권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한 듯한 반응으로 읽힌다. 반면, 재계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사자격인 삼성은 충격에 휩싸여 언급 자체를 꺼렸다. 다만, 소송을 이끈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를 강조했다.

재계의 대체적 반응은 "안타깝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기업의 대외 신인도 하락, 반기업 정서 확산 등이 주된 이유였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재계와 전혀 달랐다. '알맹이 빠진 솜방망이 처벌', '재벌 봐주기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이와 함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열어준 판결이었다고 전망하는 분석도 뒤따라 재판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판결까지 남았다. 그럼에도, 1심 선고 결과를 놓고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삼성이라는 경제권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또 많은 국민의 기억 속에 정치권력과 결탁한 재벌이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돈과 권력의 힘을 등에 업고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굳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국민의 법 감정은 그렇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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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법관의 양심을 믿는다. 판결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사법 불신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 모두가 법 앞에서는 일반 국민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에 의구심을 보내는 적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맞닿아 있다. 사법부 스스로 국민적 불신을 떨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부디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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