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 이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라는 고사성어다.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섭공이라는 제후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에 문제가 있었으니, 백성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나니 인구가 줄어들고, 세수가 줄어들어 큰 걱정이었다고 한다. 초조해진 섭공이 공자에게 묻기를, "선생님, 날마다 백성이 도망을 가니 천리장성을 쌓아서 막을까요?" 잠시 생각하던 공자는 '근자열원자래' 이 여섯 글자를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 이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람(가족)은 제쳐놓고 남에게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내 부모, 배우자, 자녀, 친구 등 허물없는 이들에게 먼저 잘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최근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dating violence)'은 더는 사랑싸움이 아닌 듯하다. 성폭행, 성희롱, 협박,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스토킹 심지어 연인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화풀이성 폭력까지 그 행태도 다양해지고 수법도 덩달아 악랄해지고 있다. 심지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정부 종합대책을 다음 달이 넘어서야 발표할 예정이고,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데이트 폭력 방지법'을 발의해 놓고도 폐기와 계류를 반복했다.

국외 사례를 보면 영국은 클레어법, 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으로 데이트폭력을 막고 있다. 클레어법은 2009년 자신의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클레어 우드라는 여성의 이름을 땄다. 데이트 상대의 가정폭력 전과 또는 폭력과 관계된 전과를 조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예방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경찰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해당 경찰서를 찾아가 신청할 수 있고, 접수되면 경관이 면담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한다. 영국에서만 이 법안으로 시행 첫해 1300여 명의 여성을 데이트 폭력에서 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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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성폭력방지법'은 그 시초가 스토킹 금지법으로 2000년에는 데이트폭력 피해자, 가정폭력피해 이민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향상하기 위해 법을 더욱 강화했다고 한다.

이런 폭력은 서로 무시하는 사소한 언행에서 시작될 수 있다. 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서로서로 존경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가까운 사람부터 기쁘게 하는 것'으로 '데이트 폭력' 같은 사태를 근절하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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