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쿠오카 지음
책의 위기…'책쟁이'의 치열한 고민
일본 출판·서점계 종사자
책과 책방 생존 방식 모색
11시간 난상토론 옮겨 담아

2015년 서점, 출판사, 도매업체 등 일본 출판·서점계 종사자 12명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총 11시간 동안 단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이 기를 쓰고 해답을 찾으려는 대상은 '책과 책방의 미래'다.

책 <책과 책방의 미래> 편저자에 이름을 올린 '북쿠오카'는 그해 10주년을 맞았다.

후쿠오카 출판사와 서점에서 일하는 회원들이 뜻을 모아 2006년부터 추진해 온 북 페스티벌 이름이다.

이들은 매년 가을 한 달 동안 다양한 행사를 연다. 후쿠오카 시내 '느티나무 길' 대로변에 '한 상자 헌책방'을 열고, 후쿠오카 현 내 경쟁 상대인 수십 개 서점이 함께 '문고 페어'를 연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5월 국내 2위 서적도매상 송인서적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데 이어 인터파크를 최종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 지난 5월 22일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의 송인서적에서 직원들이 서적 입고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판·서점계 종사자들이 축제 형식을 빌려 북쿠오카를 이어가는 까닭은 책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 활자를 종이에 새기고 하나로 엮어 '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는 일. 전자책 공급과 급격히 감소한 현대인의 독서량으로 책을 내놓고, 유통하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련의 행위는 지난한 일이 됐다. 북쿠오카는 10년 동안 스스로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을 즐기고, '책이 좋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후쿠오카를 책의 도시로'라는 기치 아래 이들의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지만, 출판 경기는 더욱 나빠졌다. 이제는 진지하게 업계 문제를 주제로 모두 함께 생각을 나눠야 한다는 데까지 도달했다. 이들의 '끝장 토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결국, 위기의식이 도사리고 있었다.

올해 벽두부터 한국 출판·서점계가 발칵 뒤집혔다. 서적도매점 송인서적이 부도를 맞으면서다. 연간 매출 규모 500억~600억 원에 이르는 국내 2위 서적도매점이 흔들리자 업계는 공포에 휩싸였다.

업계 안에서는 자조와 한탄이 뒤섞였다. 어려움을 나누자는 동정론, 문방구 어음을 끊는 영업방식을 향한 비판론도 쏟아졌다.

일본도 마찬가지. 북쿠오카 토론회가 열리던 시기는 도매업체 구리타 출판판매가 도산한 때다. 지난해에는 다른 출판도매업체인 다이요사가 파산했다.

출판·서점계를 뒤흔든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바깥 시선은 어떨까? 업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반 독자 귀에 이들의 이야기가 와 닿기나 했을까?

독자에게 출판·서점계의 위기를 도울 명분은 없다. 당연히 의무도 없다. 결국, 문제 해결은 업계 내부의 자정에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토론회를 준비하던 북쿠오카는 난관에 부딪힌다. 스스로 출판, 서점, 도매상이라는 서로의 업무 구조 등을 거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책은 '모르는 것'을 서로 솔직히 털어놓는 일부터 시작한다.

첫째 날과 둘째 날로 나눠 각각 '이상하고도 이상한 출판 유통' '책과 책방의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3부와 4부에는 토론회를 마치고 업계 안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이끌 인물을 꼽아 추가 취재한 내용을 담았다.

일반 독자는 이들 업계의 이야기가 생소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업계에도 이런 솔직한 이야기는 낯설 수도.

복잡한 출판·서점계 속사정을 일반 독자가 읽어야 하는 까닭을 꼽자면,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독자와도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숨은 자정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독자는 더욱 양질의 책을, 적정가에, 손쉽게 사서 읽을 수 있게 된다.

북쿠오카가 그리는 책과 책방의 미래를 한국 출판·서점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면 종이책의 미래는 마냥 어둡지는 않겠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책의 촉감과 종이 냄새 그득한 동네 서점의 정취를 사랑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 봄직 한 책.

403쪽, 펄북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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