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팔 노동자 두 명의 잇따른 자살로 고용허가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산재나 질병, 교통사고 발생률보다 자살률이 오히려 높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배경에는 고용허가제가 사실상 인신매매에 가까울 정도로 노동자들을 구속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E-9 비자를 따로 발급한다. 이들이 주로 취업하는 곳은 영세 제조업이나 농축산업, 어업이고, 노동환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한 데가 부지기수다. 사업주가 고용허가를 받아 채용을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대부분이 꼼짝없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 노동조건이 안 좋아 사업장을 변경하려 해도 사업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것도 3년 안에 세 번 이상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게 법으로 묶어놓고 있으니 거의 노예처럼 지내야 한다.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했다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 오도 가도 못한 외국인들이 단속을 피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나, 이처럼 자살을 택하는 경우나 모두 사회적 타살에 해당한다. 통계조차 없는데 지난 3년 동안에 네팔 노동자만 21명이 자살을 했으니 15개 고용허가제 송출국가로 넓혀보면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고용허가제는 14년 전 외국인 노동자의 편법 활용과 인권침해로 말썽을 부리던 산업연수생 제도의 대안으로 도입한 제도이다. 당시로서는 근본적인 한계는 있어도 국제노동기구의 칭찬을 들을 정도로 실효성이 있는 법제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고용허가제를 악용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가 만연하다 보니 제도 자체가 오히려 착오가 되고 말았다.

물론 현실적으로 구인난에 허덕이는 사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부도덕한 이탈을 막고 고용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한 방도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종과 국적의 차별 요소가 분명하고, 인권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법제도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가 됐으니 대대적인 개선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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