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이의 향기]고 엄기오 SL전자 대표이사
1997년 창업 기업활동 전념 하네스 전문기업으로 일궈
사회공헌활동 '앞장'부친과 경남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정말 기업활동에만 전념한 분이다. 자유무역지역 기업을 제외하고는 마산회원구에서 고용 창출을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마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던 시절 엄 대표가 부회장을 하면서 돈독하게 지냈다. 정말 내 한쪽 팔이 잘려나간 듯 아프고 안타깝다."

고 엄기오(59) 에스엘(SL)전자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철수(고려철강 대표이사) 창원상의 마산지회장은 안타까운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엄 대표를 알고 지냈던 이들은 고인이 회사 성장과 기업 발전에 전념했던 일벌레였다고 입을 모았다.

엄 대표를 자주 접했던 창원상의 관계자는 "정직하고 경우가 바른 분이셨다. 정도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분이었다. 오로지 사업밖에 몰랐던 성실함과 열정이 SL전자를 중견기업 급으로 키운 바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고 엄기오 SL전자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27일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SL전자의 한 임원은 "소박한 스타일의 CEO셨다. 카리스마를 내세우기보다는 직원을 따뜻하게 대했고, 눈앞에서 대놓고 직원을 나무란 적도 없던 분이셨다. 또, 오랫동안 지금 직원들과 같이 이 사업을 이어가고 싶은 게 꿈이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 임원은 "회사 임직원 모두 너무나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접하다 보니 다들 침통해한다. 이렇게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 억울해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인은 사회공헌활동도 열심이었다. 지난해 6월 아버지가 향년 84세로 별세하자 장례를 치르면서 받은 부조금에다 자신의 돈을 보태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2억 원을 기부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84호 경남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자신은 85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고인은 금성사(현 LG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해 20여 년 직장생활을 한 뒤 1997년 12월 창업해 독립했다. 고인이 키운 SL전자는 가전(의류건조기·식기세척기·세탁기·냉장고)용 하네스(Harness) 어셈블리, CCTV 케이블 어셈블리, 차량 부품 하네스 어셈블리, ESS(에너지저장시스템) 하네스 어셈블리, ESS 배터리 보호 유닛, RF 케이블 어셈블리, LCD BLU 하네스 어셈블리 등을 만드는 하네스 전문기업이다. 최근에는 홈네트워크 시스템 모듈도 개발해 상용화했다. 주요 고객사는 LG전자 H&A사업본부와 VC사업본부, LG화학 등이며 삼성전자, 한화테크윈, 일본 야마다전기 등에도 납품한다.

SL전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공단에 본사(1공장)와 2·3·4공장이 있으며, 중국에는 산둥성 위해에 서초전자, 장쑤성 상주시에 한화하네스, 필리핀과 베트남에 각각 S&L과 SL베트남이라는 현지 생산법인이 있다. 한국에 임직원 477명, 국외에 1400명이 있으며,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1299억 원, 영업이익 35억 원, 당기순이익 30억 원으로 비교적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창원시는 혁신적인 생산 시스템 개발과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며 SL전자 급성장을 이끈 공을 높이 사 고인을 2010년 10월 '올해 창원의 최고 경영인'으로 뽑아 창원컨벤션센터 내 '창원시 기업명예의 전당'에 헌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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