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엔트리 제외 아픔
불펜 경험 후 구위 회복
후반기 2승 1패 호투 중
"개인 기록 욕심 버려"

프로야구 NC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가 돌아왔다. 이재학(사진) 이야기다.

이재학은 지난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정규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비록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10회초 스크럭스의 결승 홈런으로 팀이 승리하는 데 일조했다.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해 불펜진을 아낀 덕에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NC는 이재학 이후 김진성과 임창민 두 투수만 내고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전반기에만 해도 이재학은 들쭉날쭉한 투구로 믿음을 주지 못했지만, 후반기에 들어서자 180도 바뀐 모습으로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투수의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승부조작, 불법 스포츠도박 연루 의혹으로 큰 시련을 겪은 이재학은 올 시즌 전 모든 혐의를 벗고 심기일전해 새 시즌을 맞았다. 그러나 첫 2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하며 지난 4월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퓨처스팀인 고양다이노스로 옮겼다.

이재학은 "투구 폼도, 마음도 전체적으로 무너졌던 것 같다. 2경기만 던지고 엔트리에서 빠져 마음이 아팠다. 아직 시즌이 한참 남았으니 다시 새롭게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34일 만에 1군 무대에 재진입한 이재학은 5월 한 달간 3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06으로 호투하며 전성기 모습으로 되돌아온 듯했다. 그러나 6월 들어 다시 기복이 심해졌다. 이 기간 6경기에서 2승(1패)을 수확했지만 월간 평균자책점은 8.49로 치솟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흔들리는 이재학에게 칼을 빼들었다. 선발로테이션에서 빼 불펜으로 돌렸다. 이재학은 불펜으로 등판한 3경기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호투했다. 예전 구위를 되찾은 것이다.

최일언 투수코치의 조언이 효과를 봤다. 이재학은 "최 코치님이 '발목을 못 쓰고 있다. 발목 쓰는 법을 고쳐보라'고 하셨다. 그 조언이 잘 맞아떨어졌다. 그때부터 구위가 매우 좋아졌다. 자신감이 붙었고 그 덕에 후반기 선발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학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달 18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고, 이날 5이닝 3실점하며 승리를 챙겼다.

후반기 들어 이재학은 부활 날갯짓을 하고 있다. 후반기 7경기 나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85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 1.67이었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후반기 1.20으로 뚝 떨어졌고, 전반기 선발(11경기)로 경기당 평균 4이닝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후반기에는 6이닝 가까이(5⅔이닝) 소화하며 불펜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피안타율도 0.306에서 0.243으로 6푼 이상 떨어뜨렸다.

무엇보다 주무기인 체인지업 구위가 되살아난 점이 고무적이다. 이재학은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해 리그에서 대표적인 투 피치 투수다.

그는 "제3구종에 대한 스트레스는 항상 받고 있다. 지금도 선발투수로서는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준비를 하지 않은 게 아니고 잘 안되고 있는 거다. 올 시즌 전에 체인지업과 반대 방향 구종을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시즌 초반 내 장점을 잃어버렸다. 체인지업을 최대한 살리고 서브 구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보조한다는 생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재학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다. KBO 역대로 26명만이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학은 올 시즌 5년 연속 10승에 도전하고 있다. 5년 연속 기록은 36년째를 맞은 프로야구 역사에 단 9명에게만 허락된 대기록이다. 남은 시즌 이재학은 최대 5경기 정도 등판할 수 있다. 올 시즌 5승(5패)을 기록 중인 그로서는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챙겨야만 연속 기록을 이어갈 수 있어 기록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학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정말 승리에 욕심 없다. 해낸다면 좋겠지만 못하더라도 여기까지가 내 실력이라고 받아들인다. 야구 1, 2년 할 게 아니어서 연연하지 않는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5년 연속 10승보다 현재 2위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먼저다. 남은 시즌 선발투수로서 팀이 이기는 데 발판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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