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중요 국정 과제이다. 중앙집권적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현실에서 이를 타파하고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기반이다. 그러나 경남은 지역 정치권과 다른 자치단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다른 지자체에 묻혀 따라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내년 6·13지방선거 시기에 일정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 보면 시간이 촉박하다.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고 경남이 원하는 분권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상한 품을 들여야 한다. 다른 지자체와 같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들러리 정도로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도민에게 큰 누를 끼치는 것이다. 그러나 경남은 아직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 충분한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도민이 몸 달아서 경남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경남과 달리 다른 지자체들은 벌써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광역단체로선 처음으로 지난달에 벌써 '부산형 지방분권 개헌안'을 내놨다. 지방정부 중심으로 행정, 지방자치 권한 확대는 물론이고 상·하원 설치, 헌법 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이다'라는 조항을 넣는 등 헌법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꾸는 혁신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끊임없는 논쟁을 불렀던 지방세 종류와 세율, 징수방법 등도 지방정부조례로 정한다는 자치재정권 보장 내용도 포함됐다. 제주도의회는 자치분권위원회를 발족해 공식 활동에 들어갔고 광주와 대구광역시는 관련 영호남 대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경남은 8월 한 달간 도민인식 조사를 하고 있지만 공감대 형성도 안 된 수준이다. 다른 시도에 비해 개헌안 마련 정도나 의지도 훨씬 못 미친다. 이는 도지사 공백과 전임 도지사의 영향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도정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신임 도지사 권한대행은 자치분권과 관련된 조직에 몸담았었고, 자치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늦었지만 더욱 적극적인 자치분권 논의를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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