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가장 아래층인 하청업체의 재하청 노동자를 의미하는 물량팀으로 밝혀졌다. STX조선이 사고 직후 1차 협력사 소속의 노동자라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조선소에 존재하는 다단계 도급의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STX조선이 사고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를 숨겼던 이유는 있다. 다단계 도급행위는 법적 시비가 따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는 원청인 STX조선에서 출발하여 협력사와 재하청업체를 거쳐 개인 단위의 물량팀으로 이루어진 다단계 도급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숨진 노동자들의 지인들이 물량팀에서 일했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고용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다단계의 가장 밑바닥인 물량팀은 원래 몇몇 개인이 1~3개월 초단기 긴급히 처리해야 할 물량을 해내는 팀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재는 조선소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는 존재로 되어 있다. 원청기업이 제공하는 제조 단가에서 단계별로 이윤을 분점하면서 최종 단계 노동자의 몫은 형편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게 다단계 도급구조다. 현실이 이러니 노동계에선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초단기 형태의 근로계약을 개인이나 업무로 다시 쪼개는 행위를 금지하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에 요구했다. 왜냐면, 다단계 도급이라는 사다리의 가장 밑바닥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처우가 법적 최저에도 못 미치면서 대형 산재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사용자는 고용관계를 잘게 쪼개게 되면 지급해야 할 4대 보험의 비용을 줄이면서 임금 단가도 낮추는 효과를 얻는다. 위험하고 특수한 업무는 복잡한 관리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조선소의 위험작업은 이미 하도급 업체의 몫으로 된 지 오래다.

조선소의 다단계 도급구조를 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면, 다단계 도급은 근본적으로 이윤착취나 갈취 행위를 구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에서 현재처럼 파행적으로 구성된 도급구조를 불법이라고 볼 경우 정부는 감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경제와 시장질서는 제대로 설 수가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