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시각 지배적…혁신위 역할 기대
거창 간판문화상품으로 재도약 계기되길

거창군과 거창문화재단이 주도한 '거창 여름연극제'와 거창국제연극제 육성진흥회로 양분해 치러진 올해 거창의 연극축제가 막을 내렸다.

거창군은 대회가 끝날 즈음에 올해 연극제에서 드러난 미비점을 보완하고 민간 차원의 혁신안을 접목하고자 범군민 협의기구인 '혁신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혁신위 발족은 올해 거창 여름연극제 폐막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아우르는 민간 위주로 구성해 연극제 발전방안과 존폐,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방침이다.

두 개로 갈라져 진행된 연극제인 만큼 축제기간 중에도 거창군은 문제점을 물밑에서 점검해 온 것으로 보인다. 군에서는 그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아 온 연극제를 어떻게든 살려내야 한다는 절박함과 민간 차원의 비판을 충분히 녹여내야 살길이 보인다는 판단에서 혁신위를 꾸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제점을 수면으로 끌어올려 전문가와 민간 차원의 아이디어를 수혈해야 재도약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버릴 것과 지킬 것'을 분명히 가리고 갈등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거창의 연극제가 파행을 겪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연극제를 이끌어오던 집행위원회 측의 예산 집행 투명성 논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꼬인 매듭을 푸는 일도 당연히 집행위원회 쪽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거창군의 입장과 지금까지 땀 흘려 일구어 온 대회를 거창군이 일방적으로 강탈하려 한다는 집행위원회 측의 주장이 되풀이된다면 이번에도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창군은 행정의 갑질이라는 연극계와 연극인들의 불만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집행위원회 측도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는 군민들의 부정적 시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양측이 자신의 영역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양보의 미덕을 전제로 혁신위의 논의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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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러운 점은 지금까지 각종 현안을 두고 무슨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하려는 시도가 대부분 탁상공론으로 그치는 사례를 숱하게 보아 왔다는 점이다. 거창군이 이번에 내세운 혁신위 설치도 결국 옥상옥에 그치고 역할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벌써 나온다. 혁신위가 얼마나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을 무릅쓰고 이번에는 반드시 군민들이 수긍할 만한 합의점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함께 올여름 수승대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히 날씨 탓을 넘어 피서문화의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흐름에 올라타려면 연극제 운영방식도 탄력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근본적인 방향 선회도 검토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갈등을 봉합하고 군민이 수긍할 만한 대안을 내놓아 연극축제가 거창의 간판 문화상품으로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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