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획득 땐 1년간 검사 없어 무방비 상태
농가서도 검사 때만 조심…전면 검토 필요

믿었던 친환경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소비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한 번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은 1년 동안 무방비 상태로 시중에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친환경'이 붙으면 일반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구입하지만 실상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전국 농가 52곳 가운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은 절반이 넘는다. 경남 도내 창녕·합천 농가 계란에서는 살충제 비펜트린이 기준치(0.01㎎/㎏)를 초과해 검출됐다.

소비자들이 안전하다고 믿어왔던 '친환경 인증 계란'에서까지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까다로운 친환경 인증 기준 = 친환경 계란은 크게 무항생제 계란과 유기축산 계란으로 나뉜다.

무항생제 계란은 산란계(알 낳는 닭)를 합성항균제, 합성착색제, 성장촉진제, 구충제 등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와 생활용수 수질 기준 이상 신선한 음수로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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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축산 계란은 무항생제 계란 인증기준에 더해 유기농으로 재배한 사료 또는 자생 작물로 3년 이상 허용 물질 외 물질이 사용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산란계 한 마리당 일정 면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처럼 기준이 까다로워 전국에서 단 14곳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도내 친환경 계란 농가 75곳 중 유기축산 계란 농가는 한 곳도 없다.

친환경 인증은 농가가 신청을 하고 무항생제 검사, 수질검사 등을 마친 후 적합 판정이 나면 받을 수 있다. 인증된 농가는 정부로부터 최대 5년간 매년 2000만~3000만 원 직불금을 받는다.

◇1년에 한 번 사후 검사만 = 인증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관리·감독도 철저해야 할 친환경 계란이지만 공식적인 검사는 1년에 단 1회뿐이다. 친환경 인증 자격을 유지하고자 진행하는 사후 검사를 통과하면 사실상 다음 인증 검사까지 관리·감독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실제 농가에서는 인증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농림축산식품부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한 친환경 계란 농가에서는 병에 걸린 닭에 항생제까지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항생제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에서 항생제 사용은 절대 불가했으나, 안일한 생각이 불러온 결과다.

이마저도 최초 친환경 인증 검사 이후에는 항목이 줄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농약 검사는 친환경 인증을 받을 때 한 번만 진행하고 이후에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기도 한 친환경 농가는 이달 초 민간 인증기관 사후 관리에서 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정부 인증만 믿을 수밖에" = 농장에서 생산·출하 후 유통 과정에 살충제 등 성분을 검사하는 과정이 없다는 부분도 문제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도소매 유통업체에서 자체 검사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산지에서 들여오면 그대로 납품을 하거나 샘플조사 또는 일부 성분 검사만 하기 때문에 겉핥기 수준이다.

특히 친환경 계란은 소규모 농가에서 지인이나 온라인으로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소비자가 판매자와 신뢰만으로 계란을 구입해야 한다.

식용란은 전문적 검란, 선별, 포장 등 위생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계란유통(GP) 센터를 거쳐 유통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도 GP 센터가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 식용란 3분의 1 정도만 이곳을 거친다.

한 소규모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리처럼 작은 가게는 일일이 계란 성분 검사를 할 수 없어서 친환경 인증서만 보고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인증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소규모 판매업체는 알 수가 없다.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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