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실채권 사들여 소각, 영남권 지자체론 처음
생계형 채무자 162명 혜택, 금융 상담도 병행키로

창원시가 영남지역 지자체 중에서는 최초로 서민 빚 탕감 프로젝트 일환인 '부실채권 소각'에 나섰다.

창원시는 23일 장기 채무로 고통받는 생계형 채무자 162명이 진 빚 12억 7000만 원을 전액 탕감하는 부실채권 소각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악성부채로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던 소상공인, 실직자, 주부 등 채무자들의 5년 이상 장기 부실채권을 저가로 매입해 빚을 정리해주고 경제활동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새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창원시청 제3회의실에서 열린 부실채권 소각 행사에는 안상수 시장, 손교덕 BNK경남은행장, 유종일 주빌리 은행장, 김상대 금융감독원 창원지원장, 오승균 창원시기독교연합회장 등 3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주빌리 은행'은 대부업체의 비인간적인 추심에 이용되곤 하는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구입해 경제 약자 층의 채무를 탕감해주고자 설립된 시민단체로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가 공동 행장을 맡고 있다.

서민 빚 탕감을 위한 부실채권 소각행사가 23일 오후 3시 창원시청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안상수 시장과 손교덕 경남은행장 등이 부실 채권 소각과 파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창원시는 경기 불황과 일자리 부족으로 창원 지역에도 이자를 감당 못해 장기간 빚 독촉에 시달리는 시민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월부터 부실채권 소각 행사를 준비해 왔다. 창원시와 BNK경남은행은 이날 협약을 맺고 △서민 빚 탕감을 위한 성금 모금 및 채권 기부 참여 △부실채권 문제에 대한 시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홍보 활동 전개 △장기 부실채권 소각에 필요한 행정 지원 등 다양한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서민 빚 탕감 희망 프로젝트 진행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특히 BNK경남은행은 보유 중인 창원시민 162명의 장기부실채권 12억여 원을 채무탕감 전문기관인 주빌리 은행에 일괄 양도해 소각하기로 했다.

이날 소각된 부실채권은 취약계층·사회적 약자·무재산 채무자 등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채무자의 장기 미상환 부실채권이다.

또한 창원시기독교연합회는 채권 매입을 위한 1000만 원을 창원시에 기탁해 부실채권 소각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날 채무를 탕감 받은 162명의 창원 시민 중 20·30대는 29명(8100만 원), 40·50대가 131명(3억 5000만 원), 60대 이상이 2명(600만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1인 평균 783만 원(원금 270만 원, 이자 513만 원)의 빚이 탕감된 셈이기도 하다.

안 시장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6명 중 1명이 빚 때문에 자살하고 있어 시가 도덕적 해이가 없는 범위 내에서 부실채권 소각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부실채권 소각행사가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건강한 가계경제를 꾸려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빌리 은행은 시민들에게 채무정리 사실을 통보하고 금융애로 상담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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