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꺼졌다. 성냥 좀 켜라." "에이 참, 불이 있어야 성냥을 찾지." 잔기침에도 꺼지기 일쑤이던 석유 등잔불에 어둠 제거 역(役)을 맡기고 살았던 성냥 전성시대! 그 시절 시골에도 백열구 전등이 켜지기 시작한 뒤로 별의별 웃기는 일이 왕왕 생겼습니다.

1950년대 초 실화입니다. 필자네 이웃집 새댁이 전등불이 하도 신기해 성냥개비의 두약(파라핀)이 묻은 쪽을 전구에 갖다 대었으나 불이 안 붙자 "어머님, 불이 안 붙네유" 했다가 놀림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척척 그어대야 불이 켜지는 그 성냥도 속으로 '성냥을 뭘로 보고' 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라이터에게 밀리고 만 신세이지만, 옛날 이사나 개업식 땐 '불처럼 일어나라'는 선물이 되기도 했던 성냥! 그걸 마지막까지 생산으로 지켰던 국내 유일의 김해시 진영읍 경남산업공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짠한 맘으로 손을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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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한 소녀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

추위에 성냥을 자꾸 그어

언 손 녹이며 빠져들었던

그 환상

따라 죽음 나라로 간

소녀를 빛으로 남긴 성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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