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소외'부산은행 출신만 고집하는 분위기
임추위 또다시 보류 내달 8일 최종 후보자 결정키로

BNK 회장 선임 작업이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은행 처지에서는 이번 과정에서 씁쓸한 현실을 새삼 확인했다.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1일 오후 늦게 회의를 열었지만 회장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내달 8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17일에 이어 또다시 결정을 보류한 것이다. 부산은행 노조와 부산지역사회가 '외부 인사 반대'를 외치는 상황에서, 임추위도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현재 회장 후보자 3명은 박재경 BNK금융 회장 직무대행, 정민주 BNK금융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다. 이 가운데 김지완 전 부회장이 외부 인사다.

경남은행 전경. /경남은행

회장 선출전은 애초부터 '내부 인사 대 외부 인사' 구도로 전개됐다. 그런데 '내부 인사'에도 차이가 있는 분위기였다. BNK 내에서는 부산은행 출신들을 '실질적인 내부 인사'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대표적으로 부산은행 노조는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이 지난 반세기 동안 지역경제 심장 역할을 해온 것은 지역경제와 관계 금융을 잘 이해하는 내부 최고경영자가 지속해서 발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BNK금융지주=부산은행'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에 도전장을 던졌던 손교덕 경남은행장 같은 경우 사실상 '무늬만 내부 인사'였던 셈이다. 또한 '부산상고 출신'이 그룹 주류를 형성한 분위기에서, 손 은행장은 마산상고 출신으로서 안타까운 현실을 더더욱 실감해야만 했다.

<메트로신문>은 지난 16일 자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두고 '신라시대 골품제도'에 비유했다. 특히 '경남은행장 등 보기 싫은 6두품 세력과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외부인을 배척한 BNK는 또 다른 굴러온 돌을 향해 돌팔매질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정환 전 이사장은 공모 탈락 직후 SNS에 '내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하여 외부 공모를 추진하였는데, 서류심사 합격자 8명 중 6명이 내부' '낙하산 표적이 되어 땅에 떨어졌습니다. 돌뺑이(돌의 사투리)가 세긴 센 모양입니다'라며 노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내부인사 vs 외부인사'가 아닌, '부산은행 출신 vs 비부산은행 출신'이 더 적확한 표현인 셈이다.

경남은행은 지난 2014년 지금의 BNK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경남은행 직원들은 당시 호소문을 내고 "수많은 외풍에도 지켜낸 경남은행을 부산에서 돈으로만 가져가려 한다. 경남은행을 한낱 돈의 힘으로 부산에 뺏기는 갑오경치의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경남은행 노동조합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환원 운동을 포기하고 BNK금융지주(당시 BS금융지주)와 상생 협약을 맺어 지역사회 공분을 샀다. 당시 지역에서는 "경남은행이 '굴러온 돌' 취급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지금 현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도내 상공계는 당시 지역 환원 무산 아쉬움을 새삼 느끼는 분위기다.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은 "안 그래도 부산으로 넘어가 마음이 안 좋은데, 'BNK=부산은행'과 같은 표현까지 접했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외부 출신'인 김지완 전 부회장이 만약 회장에 선임되면 내부 쇄신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고위급 인사 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엘시티 특혜 대출 의혹' '주가 조종 혐의' 등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털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경남은행은 그룹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 발짝 비켜나 있지만, 그룹 내에서 부산은행과 함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손교덕 경남은행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 은행장 임기는 당연히 보장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도 "지나친 확대 해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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